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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공수처… 첩보 이관ㆍ인적 구성ㆍ고발 남용 등 갈등 예고

입력
2019.12.31 16:37
수정
2019.12.3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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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국회 본회의장 개회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법 처리를 앞두고 단상을 점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30일 국회 본회의장 개회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법 처리를 앞두고 단상을 점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법이 30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수처 설치가 가시화됐다. 기소를 독점해온 검찰을 견제할 것이란 기대를 받는 한편으로, 정권 코드에 맞는 수사기관의 탄생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향후 준비과정에서 공론화를 거쳐 불신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찾아야 할 이유다.

법조계 주변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수사기관의 범죄 인지 즉시 공수처 의무 통보’ 조항(24조2항). 공수처가 검경 등의 고위공직자 범죄 인지 보고를 받고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사실상 정보기관 겸 검경보다 우위인 반부패 컨트롤 타워가 된다는 게 법조계의 우려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틀어쥔 검찰 권력의 분산이나 견제라는 설립 목적과도 동떨어진다는 얘기다.

논란의 조항은 4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공수처 원안에 없다가 8개월이 지난 4+1 협의체 안에 불쑥 들어갔다. 무엇보다 이 조항으로 인해 정권 실세 연루 범죄정보가 청와대로 직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4+1 협의체는 공수처법 표결 직전 ‘공수처장의 수사개시 여부를 신속히 해당 기관에 회신하도록 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검찰은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보안이 필요한 수사초기단계부터 공수처에 보고할 경우 정권 유력인사가 연루된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직권남용과 공무상비밀누설 등 직무범죄를 대상범죄로 넣으면서 고발이 난무하게 될 소지도 크다. 반정부 인사를 타깃으로 한 무차별 고발이 현실화할 경우, 공수처가 자칫 ‘코드 수사’를 진행하는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종민 변호사는 “직무범죄까지 대상범죄로 넣으면서 대통령 직속의 정치적 사찰기구가 될 위험성을 키웠다”며 “정부 입맛에 맞지 않는 인사를 겨냥한 고발 사건에서 수사 착수 자체로 피고발자에게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안에 없는 고소ㆍ고발 건 처리 관련 세부 규정을 공수처 규칙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각종 논란은 결국 공수처 인적 구성에서 비롯된다. 공수처장이나 공수처 검사를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상 ‘대통령 하명 수사기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공수처 검사의 자격을 변호사 자격에 조사 등 업무 실무 경력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이 대거 진입해 친정권 수사를 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의 수사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편향된 인적 구성 시비를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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