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보스턴의 특별한 크리스마스 트리(12.6)

입력
2019.12.06 04:40
캐나다 노바스코샤주는 매년 미국 보스턴 시민들에게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물한다. 그 배경에 1917년 오늘의 핼리팩스 대폭발이 있다. @treeforboston

캐나다 노바스코샤(Nova Scotia)주 자연자원국 소속 공무원들의 중요한 임무 중에는 매년 6, 7월 무렵부터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트리용 나무 한 그루를 고르는 일도 포함돼 있다. 전나무나 가문비나무 가운데 키가 12~16m에 이르는, 수형이 아름답고 색이 곱고 목피가 건강한 나무를 찾는 일. 농장의 트리용 조림목이 그 높이까지 자라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유림 사유림 할 것 없이 주 전역의 자연 숲을 누비고 다녀야 한다.

그렇게 선택된 나무는 11월 중 베어져 1,200km 남쪽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 중앙공원(Boston Common)의 크리스마스 트리로 선다. 나무가 베어지고, 트리 점등식이 거행되는 모든 과정이 두 도시 시민들의 축제다. 대형 트레일러에 실린 나무가 보스턴 시 경계에 진입하면 보스턴시경찰청의 의전 바이크들이 VIP를 영접하듯 퍼레이드를 펼친다. 그 아름다운 전통이 1971년 시작됐고, 그 배경에 1917년의 노바스코샤 핼리팩스(Halifax) 항구 대폭발 사고가 있다.

1차대전이 한창이던 그해 12월 6일, 핼리팩스 항구와 베드퍼드만을 잇는 해협에서 프랑스 국적 대형 화물선 몽블랑호와 노르웨이 국적의 벨기에 전세선 이모(Imo)호가 충돌했다. 몽블랑 호는 약 2,400톤의 고성능 폭약을 싣고 프랑스 보르도로 향하던 길이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이모호에는 뉴욕에서 선적한 피난민 구호 물자가 실려 있었다. 오전 8시45분께 두 배가 충돌하면서, 몽블랑호 갑판의 인화물질에 불이 붙었다. 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선장은 대피 명령을 내렸고, 오전 9시4분께 선체가 폭발했다. 반경 800m 이내 항구와 도시가 폐허가 됐고, 충격파에 인근 건물들이 붕괴했다. 약 2,000명이 숨졌고, 9,000명이 다쳤다. 몽블랑호에 실린 포신 하나가 5.6km나 날아갈 정도였다고 한다.

끊긴 철로와 통신, 눈보라를 뚫고 가장 먼저 사고 현장으로 달려와 시민들을 구하고 음식과 담요를 제공한 이들이 보스턴 구호대였다고 한다. 노바스코샤의 트리는 그 헌신에 대한 보답이고, 보스턴 시민들의 트리 장식은 언제든 어려울 때면 서로 돕자는 약속인 셈이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억할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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