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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버려지는 탯줄ㆍ태반 속 제대혈은 백혈병 환자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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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터션사인’에 출연했던 배우 김민정씨는 지난 9월 한 영화제에 긴 머리를 자르고 짧은 헤어스타일로 등장, 눈길을 끌었다. 그의 이 같은 변신은 소아암 환자를 위한 모발 기부로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김씨가 애써 기른 머리카락을 기부한 곳은 ‘어머나 운동본부’라는 단체다. 어머나는 ‘어린 암 환자들을 위한 머리카락 나눔’의 준말이다.
어머나 운동본부에 따르면 국내 소아암 발병 환자 수는 연간 1,600여명이다. 항암치료를 진행하면 대부분 머리카락이 심하게 빠져 가발이 필요하다. 한 개를 만드는데 길이 25㎝이상 모발 1만5,000~2만가닥이 들어간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8만6,388명의 머리카락을 받아 소아암 환자 345명을 도와줬다. 올해 2월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의 머리카락 기부 사업은 종료됐다. 어머나 운동본부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어머나 운동본부 관계자는 “길이가 25㎝이상 돼야 한다”며 “염색이나 파마를 해도 가능하지만 손상이 심해 이왕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머리카락이 좋다”고 말했다.
산모가 신생아를 분만할 때 분리돼 버려지는 탯줄과 태반의 혈액은 소아암과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 제대혈로 불리는 이 혈액은 골수와 마찬가지로 혈액을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와 연골ㆍ뼈ㆍ근육ㆍ신경 등을 만드는 성체줄기세포가 들어 있어 의학적으로 중요하게 활용된다.
제대혈의 조혈모세포는 흔히 골수이식으로 알려져 있는 골수의 조혈모세포처럼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혈액암과 같은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다. 골수와 달리 출산 때 얻을 수 있어 잠재된 공여자 수가 많다는 큰 장점이 있다. 골수보다 림프구가 면역학적으로 미성숙해 부작용의 위험성이 낮고 조직적합성 일치 조건도 덜 까다롭다. 보관했다가 이식하기 때문에 많은 검사를 미리 할 수 있고, 적절한 수여자가 나타났을 때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다.
기증 절차도 간단하다. 서울시제대혈은행을 비롯해 전국 7곳의 제대혈은행 중에서 분만병원과 가장 가까운 곳에 전화를 해 기증의사를 밝히고, 설명을 듣는다. 분만 당일 미리 받은 키트와 서류를 잘 챙겨 의료진에게 주면 된다. 자른 탯줄에서 채취해 산모나 신생아 모두 통증이 없다. 키트에 들어간 제대혈은 제대혈은행 직원이 가지러 온다.
의학적으로 유핵세포수 11억개 이상이 되는 제대혈만 이식에 사용된다. 이하면 부적격으로 분류되는데 이 또한 연구용으로 쓰인다. 일부 병원에서 연구용으로 기증한 제대혈을 미용ㆍ보양을 위해 불법 시술한 사실이 드러나 종종 말썽이 됐다. 최근에는 이식 합격 판정을 받은 제대혈은 물론 부적격까지 기부한 산모에게 처리 과정을 알려주도록 해 신뢰도를 높였다.
뇌사자 한 명은 신장과 간 등 장기기증 외에도 피부와 뼈 등 인체 조직까지 100여명에게 몸의 일부를 나눠줄 수 있는데 이중 각막은 뇌사가 아니라도 사후 6시간 이내면 기증할 수 있다.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2009년 2월 선종 때 자신의 각막을 낯선 두 사람에게 넘겨 빛을 선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각막 기증이 늘기도 했다.
각막은 홍채와 동공을 보호하는 눈 앞쪽 투명한 막으로 두께 1㎜, 직경은 약 10㎜다. 안구의 가장 바깥쪽 표면에서 빛을 처음 받아들여 시신경에 전달한다. 각막기증은 눈동자 앞에 있는 얇은 각막이 손상되어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 장애인들에게 희망의 빛이 된다.
생후 6개월에서 80세까지 건강한 사람으로 간염, 에이즈, 패혈증 등 각종 전염성 질환만 없으면 근시, 원시, 난시, 색맹에 관계없이 기증할 수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관계자는 “각막기증은 반드시 사후에만 가능하다”며 “사고사나 자살 등 형사사건에는 검사지휘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간 지체 등으로 기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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