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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총력전, 꿈쩍않던 일본도 움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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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지소미아 유지 촉구, 日 압박해 협의 이끌어” 평가
한국 정부가 22일 극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하고, 한일이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데는 미국의 개입이 적극적으로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막판까지 한국 정부를 향해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하는 동시에 기존 입장에서 꿈쩍하지 않던 일본을 움직이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한미일 3국의 안보 이해가 걸린 지소미아에 대해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도 한일 간 역사나 수출규제 이슈는 양국 간 갈등 사안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거리를 둬 왔다. 미 당국자들은 다만 양국 간 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에는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혀 와 일본에 대해서도 한국과의 협의에 응할 것을 강력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만 입장을 바꾸라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이 일본에도 얘기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가 다가오면서 더 집중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해 지소미아 종료를 막기 위한 막판 노력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베트남을 떠나 귀국길에 오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일 간 마찰과 긴장은 분명히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나는 역사적 이슈들과 이를 유발한 최근의 항목들을 이해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전한 내 메시지는 우리가 평양과 베이징, 그리고 미국이 관련된 더 큰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진해 나가야 하며 한일 양국 모두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안에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지소미아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한일 간 역사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한미일이 북한과 중국에 맞서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한 것이다. 또 미국 국방장관이 지소미아 종료 직전에 한국과 일본을 모두 거론해 “양국 모두의 리더십”을 강조한 점은 양국에 공히 미국의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에서도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며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면서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며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전날 결의안이 발의된 지 하루 만에 소관 상임위인 외교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긴급 처리된 것이다. 결의안은 “일본과 한국이 신뢰를 회복하고 양국 간 균열의 근원을 해소하며 두 나라의 다른 도전 과제들로부터 중요한 방어와 안보 관계를 격리시킬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대표 발의자인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지소미아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며 “지소미아에 계속 참여할 것을 한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 발의에 참여한 제임스 인호프 상원 군사위원장도 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했다.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도 이날 방미 중인 여야 3당원내대표를 의회에서 면담하기 앞서 특파원들과 만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우리는 우방들이 싸울 때가 아니라 서로 잘 지낼 때 좋다.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상황을 낙관한다면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적들이 있다"며 중국과 북한을 거론한 뒤, "우리끼리 싸울 여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요 외신들도 미국의 막판 노력이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 AP통신은 이날 한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조약(지소미아)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뒤이어 이뤄졌다”고 전했다. AFP통신은 “양 동맹국(한일)에 조약 유지를 압박해 온 미국이 안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시아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미국이 노력에 타격을 주는 걸 피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해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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