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업! K리그] 단장들 “공든 탑 무너지는 건 한 순간”… ‘심판매수ㆍ승부조작’ 가장 경계

입력
2019.11.21 06:00

 <18> 잊어선 안 될 흑역사들 

 ※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기업 및 지자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자생력을 찾아야 할 때란 평가입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 연중기획 ‘붐 업! K리그’에서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합니다.

지난 2011년 5월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대전과 울산의 경기에서 대전 선수들이 득점 후 승부조작에 대한 사과를 담은 메시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K리그_신동준 기자

길고 긴 어둠을 벗어난 K리그 인기는 올해 뜨겁게 타올랐다. 지난달 초 유료관중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역대 최다 평균관중(1부리그 기준) 기록을 넘길 기세다. “누가 K리그 보냐”며 놀림 받던 시절을 견뎌낸 팬들이 소중하게 지켜온 흥행 불씨가 모처럼 피어났다. 한 골 먹더라도 두 골 넣겠다며 공격 축구를 선언한 지도자, 한 발 더 뛰는 최상의 플레이로 헌신한 선수들, 관중 한 명의 마음이라도 잡겠다고 동분서주한 구단 직원들, 프로축구연맹 직원들의 끊임없는 부채질이 흥행을 살려낸 셈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2년 한일월드컵 직후까지 큰 인기를 끌던 K리그는 어느 순간 끝 모를 추락으로 이어졌다. 2011년 불거진 선수들의 승부조작사건 이후 2013년 전북, 경남의 심판 매수사건, 2015년 경남의 외국인 선수 계약비리 사건까지 겹치며 K리그의 신뢰는 무너졌다. K리그의 인기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란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들이다.

K리그 추가의견_신동준 기자
2002년 7월 프로축구 K리그 관중이 가득 들어찬 부산 구덕운동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번 깨진 거울처럼 상처는 쉬 아물지 않는다. 2011년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져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영구제명 된 최성국(36)은 지난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셀프 해명’에 나섰다가 되레 축구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대다수 구단이 과거 수년에 비해 높아진 흥행성적표를 받아 든 11월, 구단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단장들 마음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단장들은 어렵게 쌓은 신뢰와 인기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K리그 역사에 남은 ‘흑역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가 이달 초 K리그1(1부 리그) 12개, K리그2(2부 리그) 10개 구단 단장 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K리그에서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사건’을 묻는 설문조사에 응답한 20개 구단(경남ㆍ안산 단장은 무응답) 단장들은 각 문항에 고른 점수를 매겼다.

본보가 단장들에게 △심판매수 △승부조작 △음주운전 등 선수들의 범죄행위 △에이전트 비리(몸값 부풀리기 등) △연고지 이전 △구단임원의 예산 가로채기 △신인선수 선발비리 △무리한 해외구단 초청 △팬들의 폭력사태 △무료ㆍ초저가 입장권 발행까지 10개 항목에 단장들이 1~5순위를 매기도록 해 5~1점(1순위에 5점~5순위에 1점)의 점수를 매긴 결과, 심판매수사건(77점)과 승부조작(67점)에 압도적인 점수가 몰렸다. 음주운전 등 선수들의 범죄행위(34점), 구단임원의 예산 가로채기(25점)가 그 뒤를 이었다.

최성국이 지난 2011년 강원 평창군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K리그 워그숍에 앞서 자신의 승부조작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심판 매수와 승부조작 가담을 1ㆍ2순위로 꼽은 수도권 기업구단 A단장은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인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절대 재발돼선 안 될 일”이라면서 “두 번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렸어야 했는데, 사건 당시 징계가 미흡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지방 시민구단 B단장도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필수 요소”라며 경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이슈는 K리그 신뢰하락에 가장 큰 원인이 된다“며 엄단이 필요하단 의견을 전했다.

다만 ‘기타의견’을 통해 어느 하나라도 간과해선 안 될 일이란 의견과 함께 구단들이 되돌아봐야 할 과제를 전한 단장들도 다수였다. 경기인 위주의 조직 구성과 폐쇄성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수도권 기업구단 C단장은 “경기인 출신들의 보수성과 폐쇄성은 변혁기 사회환경을 구단이 따라잡는 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경직되고 낡은 인식과 의사결정 방식은)팬들의 외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시민구단 FC안양 장철혁 단장은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는)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다시는 발생해선 안될 이슈”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축구국가대표팀과 앙골라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붉은악마들이 부천SK의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는 의미로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응원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팬들을 향한 당부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방 기업구단 D단장은 “경기장 내 언어적, 물리적, 인종적 폭력은 팬을 늘려나가야 할 K리그에서 팬 유지와 재방문을 방해하는 가장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K리그1 선두를 다투고 있는 울산 김광국 단장과 전북 백승권 단장은 설문 문항에 점수를 매기는 대신 기타의견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김 단장은 “무엇보다 무료 입장권 남발로 리그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고, 백 단장은 △구단 최고결정권자의 운영철학 확충 및 일관성 유지 △우승상금 증대 △심판 자질 향상을 우선 해결 과제로 꼽았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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