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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수입 7,000만 대구 스타 학원강사 불법촬영… 페라리 몰며 여성 수십 명 성폭행

입력
2019.11.28 15:17
수정
2019.11.28 19: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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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400편 분량 몰카 찍고 의식 잃은 여성 성폭행하다 징역 4년 

대구법원 전경.
대구법원 전경.

올해 초 대구 수성구 일대 학원가에 다소 믿기 어려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대구 최고 에이스 수학강사가 페라리를 몰고 다니며 여성을 유혹해 성관계하고, 불법 동영상을 찍었다가 들켰다는 내용이었다. 무엇인가에 취해 잠든 여성을 성폭행한 뒤,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겼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소문만 무성하던 대구 스타강사 불법 촬영 사건이 경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대구지법 형사11부(김상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준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37)씨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며 뉘우치고 있으나 4명의 피해자를 준강간하고 26회에 걸쳐 준강간 모습 등을 촬영해 지인에게 전송한 점 등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준강간은 잠을 자거나 만취해 저항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성폭행하는 것을 말한다.

대구수성경찰서는 수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 4월 잠든 여성 4명을 성폭행(준강간)하고 수십 명의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으로 A씨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도 5월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A씨와 검찰은 모두 1심 선고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월수 7,000만원 스타 학원강사 

지역 법조계와 학원가, 대구수성경찰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A씨의 범죄행각은 엽기적이었다.

A씨는 수성구 학원가에서 인정받는 스타강사였다. 과학고를 졸업한 뒤 국내 명문대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였다. 대학시절에도 그의 천재성은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그는 일반기업 취업 대신 학원강사를 택했다. 수성구 유명학원에 적을 둔 채 개인 과외까지 하면서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 수많은 수험생을 과학고, 영재고, 의대 등에 보낸 경력이 쌓이면서 수입은 상상을 초월했다. 교육청 신고금액과 달리 A씨 컴퓨터에 기록된 수입지출내역에 따르면 그는 학기 중에는 매달 4,000만원, 방학 때는 7,000만원 이상 고수입을 올렸다.

A씨는 180㎝가 넘는 키에 외모도 출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구 최고급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페라리 등 고급 수입차를 몰고 나가 여성을 유혹했다. 바, 카페 등에서 사귀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은 여성을 자신의 집이나 모텔, 호텔 등에 데려가 관계를 가졌다.

 6년간 HD급 영화 400편 분량 찍어 

하지만 A씨는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다. 차 안이나 집, 숙박업소 등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만남부터 관계까지 전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렇게 찍은 영상을 인터넷 등에 유포하지는 않았지만 친한 친구와 돌려 보았다. 경찰은 A씨 집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동영상 900기가바이트(GB)가량의 동영상을 찾아냈다. 이는 영화 400편 분량에 해당한다.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6년간 찍은 이 영상에 등장하는 얼굴이 확인되는 것만 30명이 넘었다.

대구수성경찰서는 마지막 영상부터 최근 1년치를 분석, 10여명의 피해자를 확인하고 A씨의 혐의를 입증했다.

일부 영상에는 A씨가 다른 친구 1명과 함께 정신을 잃은 여성을 성폭행하는 듯한 장면도 나온다. 당시 경찰은 함께 있던 친구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검찰은 이달 초 대검법과학분석과 음성감정, 음질개선 등을 거쳐 특수준강간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집에서 ‘하룻밤’ 여성 두고 출근했다가 들통 

A씨의 범죄행각은 우연히 들통이 났다. 한 여성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잠든 여성을 두고 출근했는데, 뒤늦게 잠에서 깬 이 여성이 A씨 컴퓨터를 켰다가 불법 촬영한 동영상을 발견,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수사 관계자들은 “대한민국 0.1% 엘리트이지만 삶의 목적이나 방향성도 없이 공부만 하다 일반 기업 대신 학원강사로 나서 큰 돈을 만지다 타락한 사례로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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