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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중계방송은 디지털 사회생활… 일탈 행위 등 예방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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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튀기 위해 범죄 가까운 행위도… “플랫폼 사업자 책임ㆍ처벌 강화를”
우리는 왜 스스로 자신의 사생활을 다 중계방송하는 ‘자발적 트루먼’이 될까.
이 질문을 접한 사회ㆍ심리학 연구자들은 디지털화된 현대사회의 특징을 꼽았다. 공동체문화가 급속도로 붕괴되고 개인화, 파편화되면서 오프라인 모임보다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하기보다 카카오톡 메신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매개로 한 의사소통에 더 익숙해졌다.
‘사회생활의 디지털화’는 ‘자발적 트루먼’을 낳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만큼 오프라인에서 사회생활이 활발하지 않고, 상당 부분 브이로그로 중계하는 것이 기존의 사회생활을 대체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기 존재를 인정받고 사회적인 관계를 유지ㆍ확장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다소 독특한 생활상이 노출돼도 더 이상 간섭하는 이들도 없다. 그렇다 보니 ‘엽기 먹방’ 처럼 다른 사람들의 관음증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자극적 콘텐츠들도 거침 없이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내 삶을 내가 영위하고 내가 선택하는 거니까 결과나 평가도 내가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내 삶이 노출된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아예 ‘관심 경제’, ‘관심 자본’ 같은 표현이 생겨나기도 한다. 남들의 관심을 받는 게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일상 중계란 곧 ‘디지털화된 1인 자영업’이다. 자신의 일상을 중계하면서 관심과 인정을 받을 뿐 아니라 돈까지 벌게 되니까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는커녕 ‘당당하게 새로운 영역을 찾아낸 수익을 얻는다’는 개념이 자리잡게 된다.
문제는 구독자 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고, 미디어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굳어지면서 콘텐츠가 점점 더 자극적인 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관심을 끌기 위해서 과도한 설정을 범하게 된다. 보는 이들도 이런저런 자극에 점차 무뎌지게 되면, 제작자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더 무리한 행동을 하게 된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단 ‘관심 시장’ 영역 자체가 블루오션일 때는 산뜻하게만 보여도 관심을 받을 수 있는데, 이제는 그런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그럴수록 일탈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하는 경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악순환이 반복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범죄 행위에 가까워질 위험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중계사회’ 현상이 이미 아노미적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좀 더 강력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한 일본인 남성이 유튜브 라이브를 위해 후지산의 입산 금지 지역에 들어갔다가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도를 넘어 선 중계 현상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미 말 그대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의 위치에 올라선 ‘인플루언서’들에게는 사회적 책임을 더 엄격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사적인 취미활동 정도로 여기기에는 이미 그 선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튜브, 헤이스북 등 어떤 플랫폼이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콘텐츠 제작자의 잘못을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책임을 강하게 묻는 방안 마련을 논의해야 할 시점에 들어섰다고 보인다”며 “옴부즈만이든, 수용자들의 신고 시스템이든 내부의 자정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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