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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미국과 이란의 위험한 게임

입력
2019.11.11 04:40
29면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걸프해역으로 이어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피격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조선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란 국영TV IRIB 캡처
지난 6월 13일(현지시간) 걸프해역으로 이어지는 호르무즈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피격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조선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란 국영TV IRIB 캡처

페르시아만에서의 미국과 이란 간 대결로 이들의 비대칭 갈등은 통제 불능이 될 위험이 있다. 다른 국가들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두 나라 간의 위험한 게임은 직접적인 대립으로 번질 수 있다.

2018년 5월, 미국이 2015년에 체결한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후 분란의 소용돌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이란과 기타 국가의 상거래를 대폭 줄이고, 석유 수출로 인한 수입에 타격을 주고, 통화의 평가 절하로 경기 침체를 유발한 ‘최대 압력’ 전략의 일환으로 제재 조치를 여러 번 확대해왔다.

미국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 없었던 이란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대응해야 했다. 우선, 프랑스 독일 영국 및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미국의 유럽 동맹국에, 이 상황에 관여해 2015년의 합의로 인해 취할 수 있는 혜택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압박을 가했다.

이와 동시에 이란은 핵 농축에 대해 합의된 제한을 무시하고 고급 원심분리기에 대한 연구를 재개하는 등 이란 핵 협정으로 인한 약속을 일부분 지키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이것이 암시하는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EU는 그렇지 않다.

게다가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 반도에서 비대칭 전쟁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여러 외국 유조선을 억류했고, 석유 수송시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감시용 드론을 격추시켰으며, 인근 국가의 선박에 대한 잇단 파괴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도 이란의 책임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이란에 직간접 책임을 따지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이란이 석유를 판매하지 못하게 되면 페르시아만에서 석유가 수출되지 않게 될 것”이라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2018년 선언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란은 지금까지 절대 전력의 비대칭성을 전술적으로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군사력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에 개입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게다가 수만 명의 미군을 파견할 정도의 전쟁도 아니다.

더욱이 미국의 제재가 이란에 심각한 피해를 주는 동안 추가적인 조치를 할 여지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는 이러한 강력한 조치로 인해 이란이 핵 협정을 이행하도록 유도할 영향력과 중대한 인센티브를 버리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핵 거래에 포함된 ‘스냅백’의 위협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이란이 협정을 위반하고 핵무기 개발을 더 고려할 수밖에 없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입장은 그다지 강하지 않다. 미국이 제재 가능성을 고갈시킨 것처럼 이란도 비대칭 전술에 대한 미국의 인내심을 고갈시켰다. 사우디 석유 시설을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군사적인 행동을 암시했다. 더 큰 공격이나 미국인 사상자를 초래하는 경우를 차치하더라도 한 번 더 이런 식의 가해자가 모호한 공격을 하는 것은 큰 무리수를 두는 것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이란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게 되면 더 위험한 상황이 시작될 공산이 크다. 상황이 개방역학적 전쟁으로 비화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사우디 및 이스라엘과 같은 제3국도 자체적으로 비대칭 전쟁을 개시할 수 있으며 미국도 비대칭 전쟁으로 갈 수 있다. 이 당사자들은 모두 대규모로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경험이 있다.

이란 핵 협정의 유럽 서명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같은 지역 당사자들은 비대칭적 전개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제안했다. 이런 조치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이란과 미국 간의 직접적인 대화가 포함되며 유럽은 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 양국 대통령 간 회의에 대한 과장된 보도는 무시하는 것이 좋다. 다른 고위 관리들이 만날 것이며, 다양한 양자 간 또는 다자 간 만남을 가질 수 있다.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영국 그리고 EU 등 다른 이란 핵 협정 서명국은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회의에서 2015년 협약을 가능한한 유지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란과 미국의 긴장에 대한 외교적 해결책은 이란의 이웃 국가의 참여도 요구할 것이다.

긴장 완화에 대한 다른 아이디어들도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 150억달러 신용 한도를 연장하여 제재로 인한 석유 수입 손실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을 제안했다. 지역 안보에 대한 대화에 대한 다양한 계획도 제시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희망적이긴 하나, 상황은 갈수록 훨씬 악화될 수 있어 외교로 개선되기 전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폴커 페르테스 베를린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 회장 및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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