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혜민의 B:TV] 유재석의 무한도전

입력
2019.11.08 08:00
유재석이 새로운 예능 도전 속 ‘위기론’을 딛고 또 다시 흥행을 이끌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재석이 새로운 예능 도전 속 ‘위기론’을 딛고 또 다시 흥행을 이끌며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재석의 ‘제 2막’이 열렸다.

앞서 ‘놀러와’ ‘해피투게더’ ‘X맨 일요일이 좋다’ 등 2000년대 초반을 뜨겁게 달궜던 굵직한 흥행 예능을 거쳐 MBC ‘무한도전’으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던 그에게 2막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올 한 해는 유재석의 새로운 변화점이라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무한도전’ 속 ‘1인자’ 혹은 ‘국민 MC’로 대표되던 유재석이 도전 예능 장르의 다변화에 성공한 것이다.

과거 소수의 출연작에 집중해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변화의 시작을 알린 것은 ‘무한도전’ 종영 이후 부터였다. 지난 해 5월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출연을 시작으로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JTBC ‘요즘애들’, SBS ‘미추리’ 등 채널도, 장르도 그간의 행보와는 사뭇 달라졌다.

당시 다소 갑작스러웠던 유재석의 변화에 대중의 시선은 엇갈렸다. ‘국민 MC’라는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 개척에 도전하는 자세에 대한 호평이 전해지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신규 예능들의 다소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 속 유재석은 꿋꿋하게 변화의 길을 걸었다. 그 사이 ‘요즘애들’과 ‘미추리’ 시즌1, 2가 종영했고, 빈자리는 쉴 틈 없이 새로운 예능들로 채워졌다. ‘무한도전’ 김태호 PD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MBC ‘놀면 뭐하니?’와 tvN ‘일로 만난 사이’ 역시 신선한 소재와 포맷에 유재석의 가장 큰 무기인 ‘토크’, ‘도전에 대한 열정’이 결합된 예능들이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느덧 시청률과 화제성에서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해 8월 첫 방송을 시작한 뒤 겨울 휴방 기간을 거쳐 올 봄 방송을 재개했던 ‘유 퀴즈 온더 블럭’의 경우, 방송 초반의 아쉬웠던 성적을 꾸준히 만회해 나갔다. 현재 ‘유 퀴즈 온더 블록’의 시청률은 2~3%대, 하지만 화제성은 이를 훌쩍 뛰어넘는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 역시 높다.

‘놀면 뭐하니’의 경우 성적의 반등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이는 방송 초반 유재석X김태호 PD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지만, ‘릴레이 카메라’라는 실험적인 포맷과 다소 산만한 편집에 대한 혹평을 받으며 극명한 호불호를 낳았다.

많은 이들의 우려 속 특정한 틀 없이 매 방송 변화하는 포맷으로 새 시도를 거듭하던 ‘놀면 뭐하니’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유플래쉬’ 특집부터였다. ‘드럼 신동’이라는 이름 하에 갑작스럽게 비트를 찍게 된 유재석과, 그를 중심으로 많은 뮤지션들을 거치며 구색을 갖춰가는 음악은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간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뮤지션들의 출연과 집단 작업을 통한 음악의 탄생이라는 신선한 소재, ‘반 강제적인’ 유재석의 드러머 도전에서 오는 재미 등은 주춤하는 듯 했던 ‘놀면 뭐하니’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묵직한 ‘협업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까지 전하는 데 성공한 ‘놀면 뭐하니’는 높은 화제성까지 잡으며 다음 프로젝트인 ‘뽕포유’의 서막을 올렸다. 이번에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의 변신을 알린 유재석의 끊임없는 도전기는 여전히 뜨거운 화제성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불안했던 ‘놀면 뭐하니?’의 입지 역시 이제는 제법 탄탄하게 굳어졌다.

모두가 선망하던 ‘국민MC’의 위치에서도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실험적인 도전의 길을 택한 유재석. 과감했기에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도전을 거듭한 끝에 변신에 성공했다. 그의 예능 ‘인생작’이었던 ‘무한도전’은 종영했지만, 그의 예능 인생 속 무한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유재석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한 예능 관계자는 “예능 제작진 사이에서 유재석은 분명 같이 일하기 쉽지만은 않은 파트너다. 그가 가진 선배 예능인으로서의 책임감과 트렌드만을 좇았을 때 자칫 편협해 질 수 있는 예능계의 다양화를 위한 고민 등이 프로그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제작진이 이에 상응하는 시너지를 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 관계자들은 “그 마저도 유재석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잘 할 수 있는’ 예능만을 선택할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있음에도 실험적 도전을 통해 예능계 전반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일각에서는 매번 비슷한 예능인들이 ‘유재석 표 예능’에 나온다는 지적도 있지만, 실제로 예능계에서 상당히 많은 뉴페이스들이 그의 예능을 통해 새롭게 조명되거나 캐릭터를 얻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조세호로 대표되는 후배 예능인들의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위기론을 뒤집고 ‘국민 MC’의 품격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유재석은 앞으로 ‘범인은 바로 너! 시즌2’와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론칭을 앞두고 있다. ‘소 같은’ 그의 도전이 오랜 시간 계속되길 바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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