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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 “늦고, 헬기 안 띄우고, 서류도 허위 작성”

입력
2019.11.01 11:40

 박주민 의원 “검찰 의지 부족, 외압으로 기존 수사 부실… 특검도 가능”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 내용 중간발표에 앞서 사고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관련 조사 내용 중간발표에 앞서 사고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당시 맥박이 있는 상태로 구조된 단원고 학생 A군을 헬기에 태우지 않고 배로 옮기느라 병원 도착 직후 숨졌다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중간조사 결과가 지난달 31일 발표됐다. 5년 6개월여 만에 밝혀진 진실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공분했다. 구조 책임자와 진실을 축소ㆍ은폐하려 했던 세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병우 특조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장은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를 통해 당시 초기 구조작업의 문제점을 상세하게 밝혔다. 우선 A군의 경우 참사 당일 오후 5시 24분에야 해상에서 발견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해경은 배가 가라앉으면서 바다로 뛰어내린 수십 명 중 두 번째 희생자를 발견(오전 11시 40분)한 지 5시간 40여분 만에야 A군을 발견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대를 투입했다고 당국은 밝혔지만 상공에서 구조 대상을 수색할 헬기가 없어 표류자를 신속하게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디찬 바다에 떠 있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희생자는 2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국장은 “해상 표류자가 생기는 경우 배에서는 파도가 있어서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헬기를 띄워서 입체수색을 해야 된다는 게 수색 매뉴얼에 있다”며 “당시 팽목항에 헬기가 9대 정도 있었는데 대기하라는 지침을 받았다. 주로 (고위 관계자를 태우기 위해) 의전용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문제점은 이송 과정이다. A군은 발견 당시 산소포화도 수치 69%로 맥박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원격의료장비로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응급처치와 함께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같은 배에 타고 있던 김수현 당시 서해해양경찰청장은 오후 5시 40분쯤,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은 오후 6시 35분쯤 각각 헬기를 타고 배를 떠났다. 박 국장은 “A군보다 1시간 후 발견된 학생은 아예 응급처치를 못 받은 걸로 알고 있다. A군과 해경 함정으로 옮기면서 시신 처리가 돼서 같이 이송됐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사체 검안서가 엉터리로 작성된 점이다. A군의 검안서는 총 세 건이 발행됐는데 사고 지점이 침몰 지점, 배에서 10㎞ 등으로 각각 달랐다. 박 국장은 “선체 내부로 잠수사들이 들어가기 전까지 물 위에서 발견된 30명 정도의 검안서를 살펴보니 20명 이상에 대한 검안서가 두 장, 세 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최초 발견 지점을 배에서 멀리 적어서 이미 사망했을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행위 아니었냐는 추정이었다.

더 큰 문제는 관련 자료들이 새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김진이 특조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국 조사2과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똑 같은 자료를 검찰이 가지고 있었다. 검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자료를 갖고 내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것에 전혀 접근하지 않았다”며 “기존 수사나 조사가 유가족이나 국민들이 원하는 조사와 수사였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 법률 대리인을 맡아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을 통해 “검찰 스스로의 의지 문제도 있었겠지만 외부에서 압력도 있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면서 재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의원은 아울러 “세월호특조위법은 수사의뢰하면 검찰이 특별한 조치를 하도록 한 조항 말고도 무제한으로 특검을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며 “특검 요청을 하면 일정기간 내에 (국회에서) 표결하도록 돼 있다”고 언급했다. 검찰 재수사를 지켜보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특검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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