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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비친세상] 기간제 2년 넘어도 중간에 쉬었다면 무기계약직 안돼

입력
2019.10.31 15:54
수정
2019.10.31 16:22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2012년 9월 부산시 산하 낙동강관리본부가 공고한 기간제 사무보조 공채에 합격했다. 2013년 말까지 다섯 차례 계약을 갱신하며 같은 업무를 수행한 그는 부산시가 다시 공채를 할 때는 시험에 떨어져 퇴사했다. 퇴사 5개월이 지난 뒤 부산시는 “후임자가 갑자기 일을 그만뒀다”며 재입사를 제의하고 A씨를 다시 채용했다.

이후 A씨는 2015년 4월까지 10개월을 더 근무하다 부산시로부터 계약 갱신이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A씨는 “실직기간 5개월을 빼고도 25개월을 일했기 때문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자격이 있다”며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라고 항의했다. 기간제 근로자법상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적으로 갱신된 경우에도 계속 일한 총기간이 2년이 넘으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무기계약 근로자)’로 봐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 손을 들어줬고 부산시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 쟁점은 기간제 근로자의 ‘계속 근로한 총기간’을 따질 때 공백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지였다. 1심은 “근로 총기간에 비해 공백이 짧지 않고, 부산시가 기간제법 위반을 피하려 탈법적으로 A씨를 채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부산시 손을 들어주며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하지만 2심은 A씨가 탈락했던 공개채용 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부산시가 기간제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당시 기간제로 일하던 근로자 60명이 시험에 응시했는데 3명(5.0%)만 서류전형에 합격한 반면, 일반 응시자는 370명 중 94명(25.4%)이 서류전형에 합격하는 등 다른 잣대를 적용한 정황이 있었다. 2심 재판부는 “근로 기간이 2년이 다 돼가는 기존 기간제 근로자와 계약을 종료하기 위해 공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대법원은 1심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원심은 근로관계 계속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공백기간이 5개월 18일로 짧지 않고, A씨가 근로한 총기간 중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고 봤다.

또 2심이 지적한 공채 제도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규 지원자를 채용한 것은 다양한 계층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연히 인력 수요가 발생했을 때 공채 없이 기간제 근로자를 다시 채용했다고 기간제법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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