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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곰탕, 육개장, 순댓국…국밥에 홀린 청춘을 위한 ‘국밥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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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6 11:00

가을을 건너뛰고 겨울이 곧 올 것만 같다. 날이 쌀쌀해지니 뜨끈한 국물 한 그릇, 국밥이 생각난다. 하지만 대학생 친구끼리 모인 자리에서 ‘국밥 한 그릇 하자’고 했다간 “네가 ‘아재’냐”는 면박을 종종 듣는다. 속풀이 해장으로도 좋고 든든한 한 끼로도 충분한 국밥이지만 선호는 갈리는 모양이다.

최근 화제인 국밥충 영상. 출처 유튜브
최근 화제인 국밥충 영상. 출처 유튜브

“그 돈이면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든든~하게 먹고 말지!”

요즘 2030 사이에서 ‘국밥충’이란 말도 생겼다. 상대방이 어떤 식사 메뉴를 제안해도 오로지 국밥만을 고집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최근 국밥충이란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변에 저런 친구들 꼭 있다”는 반응과 함께 25일 기준 349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영상의 인기 덕분일까, 최근 들어 국밥을 찾는 대학생과 청년도 늘고 있다. 평소 국밥을 자주 먹는다는 전수진(23)씨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걱정할 필요 없이 한 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서 국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일산에서 20년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박정순(56)씨도 “예전엔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주로 찾았었는데, 요즘은 젊은이들도 국밥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엔 수많은 국밥집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2030이 가기 좋을 법한 몇 군데를 소개한다. 편리한 교통편, 놀 거리가 많은 주변 상권 그리고 값싼 가격에 배를 불릴 수 있는 푸짐함을 고려했다. 당연히 맛도 있어야 한다. 조미료와 방부제로 기름진 입맛을 시원한 국물 한 사발로 씻어내는 건 어떤가.

◇조미료에 지친 당신껜 ‘다락투’ 닭곰탕

다락투에선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별로 없는 깔끔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 김민준 인턴기자
다락투에선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별로 없는 깔끔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 김민준 인턴기자

친구들과 소주 한두 잔 기울이고 북적이는 홍대 정문 앞 대로변을 걷다 보면 따뜻한 국물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화장품 가게를 끼고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닭곰탕 집의 구수한 국물 냄새가 대학생들을 멈춰 세운다. 푹 익힌 닭의 살을 발라내고 따로 양념해 한소끔 끓여낸 다락투 닭곰탕은 1967년 장사를 시작한 이래 올해로 52년이 넘은 ‘노포’다.

양념장을 풀지 않고 조심스레 맛본 국물은 깔끔하다. 소금 간을 하지 않아도 닭고기에서 스며 나온 감칠맛은 입맛을 당긴다. 칼칼함을 원한다면 양념장을 더 부탁해 국물에 풀어본다. 국물 아래서 충분히 불린 밥알은 기본 반찬인 새콤한 깍두기와도 잘 어울린다. 소주를 마시고 놀란 속을 달래고 싶을 때면 다락투의 개운한 닭 국물이 떠오를 것만 같다.

△가격: 닭곰탕 7,000원, 특 닭곰탕 7,500원. 홍대입구역 인근

◇시원한 육개장에 끌리는 당신껜 ‘부민옥’ 육개장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국물 맛은 부민옥 육개장의 특징이다. 김민준 인턴기자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한 국물 맛은 부민옥 육개장의 특징이다. 김민준 인턴기자

1956년부터 서울 중구 다동에 자리를 잡은 부민옥도 잘 알려진 노포 중 한 곳이다. 알음알음 주변직장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지금은 어엿한 다동의 터줏대감이 됐다. 무교동 골목길에 서면 한눈에 확 들어오는 붉은 간판이 손님을 맞는다. 어르신과 직장인에게 인기 있는 부민옥은 이젠 청춘들에게도 유명한 육개장 맛집이다.

파와 고기가 가득한 부민옥 육개장은 생각보다 붉지 않다. 파와 고기에서 우러난 달큰함 덕분에 기름진 보통의 육개장들과는 다르게 개운하다. 푹 익어 물러진 대파와 손가락 마디 굵기로 숭덩숭덩 찢겨 나오는 육개장 고기를 싸 먹어도 좋다. 담백하고 부드러우며 맵지 않아 부담이 없고 술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육개장이라기보단 오히려 잘 끓인 소고기 뭇국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다.

선지와 양 그리고 콩나물이 가득 담겨 나오는 부민옥 선짓국. 김민준 인턴기자
선지와 양 그리고 콩나물이 가득 담겨 나오는 부민옥 선짓국. 김민준 인턴기자

주력 메뉴가 육개장이라고 해서 선짓국을 빠뜨리면 섭섭하다. 아기 주먹만 한 선지들이 두세 덩이 들어가고 개운한 국물 맛을 내는 콩나물이 아래에 깔린다.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 양을 양념간장에 살짝 찍어 먹는 것 또한 별미다. 선지 특유의 비릿한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깔끔한 부민옥 선짓국을 권해보고 싶다. 선지 덩어리를 툭툭 잘라 밥 한 숟갈과 함께 들이키면 저절로 속 안까지 푸근해진다.

△가격: 육개장 9,000원, 선짓국 8,000원. 을지로 입구역ㆍ시청역 인근

◇푸짐한 왕순대가 궁금한 당신껜 ‘구월산’

통으로 들어간 주먹만한 왕순대는 구월산 순댓국의 특징이다. 김민준 인턴기자
통으로 들어간 주먹만한 왕순대는 구월산 순댓국의 특징이다. 김민준 인턴기자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많은 신촌 대학가이지만, 대학생들은 적당한 가격에 배부른 한 끼 식사를 원할 때 이 곳을 찾는다. 합리적인 가격에 푸짐한 순댓국 한 상을 즐기고 싶은 대학생들로 가득한 ‘구월산’ 얘기다.

당면과 고기, 채소가 빈 틈 없이 들어찬 왕순대와 함께 머리고기, 내장들이 담긴다. 돼지 잡내가 두려워 순댓국을 멀리하던 학생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깔끔함이 장점이다. 함께 나오는 섞박지와 겉절이로 입맛을 돋우고 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입안 가득 한입 물어본다. 매콤한 양념장과 깍두기 국물을 풀어 얼큰한 부산식으로 즐기는가 하면, 양념장을 풀지 않고 고소함 자체만을 즐길 수도 있다. 풍미를 더 해주는 들깻가루를 넣어도 좋다.

△가격: 순댓국 7,000원

◇우거지와 뼈다귀를 좋아하는 당신껜 ‘진도집’

큼직한 뼈다귀와 함께 푹 끓인 우거지가 담겨 나오는 진도집 뼈 해장국. 김민준 인턴기자
큼직한 뼈다귀와 함께 푹 끓인 우거지가 담겨 나오는 진도집 뼈 해장국. 김민준 인턴기자

서울 중구 회현역 근처에 있는 ‘진도집’은 진한 국물의 뼈 해장국으로 유명하다. 주로 근처 직장인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찾는 진도집 뼈 해장국은 대학생과 청년들의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에 푹 끓여 연한 우거지와 뼈다귀 두 덩이가 담겨 나온다. 우거지에 국물을 살짝 적셔 건더기의 맛을 본다. 칼칼한 국물이 스며들어 풋내가 없는 진도집 우거지는 별미다. 얼큰하고 진한 국물 맛도 인상 깊다. 주먹만 한 뼈다귀에서 발라낸 살을 연한 겨자에 찍어 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뼈다귀와 우거지를 충분히 맛본 후엔 공깃밥을 말아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끝낼 수 있다. 뼈다귀가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러운 분들껜 우거지만 담겨 나오는 우거지 해장국을 추천한다.

△가격: 뼈 해장국 8,000원 우거지 해장국 6,000원

김민준 인턴기자 digit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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