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형색색]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

입력
2019.10.25 04:40
현재 범죄통계 수집시 외국인 범죄자가 불법체류자인지 여부, 외국인 범죄자에 의한 피해자의 국적 등 외국인 범죄와 관련된 상세한 항목을 수집하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 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통계는 읍면동 수준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를 범죄자로 동일시하는 사람들의 막연한 인식이나 영화에서 재현된 외국인 밀집지역의 실상 등이 팩트체크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사진은 중국동포한마음회, 귀한중국동포권익증진위원회 등 국내 중국동포 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 서울 영등포구 대림역 앞에서 영화 ‘청년경찰’에서 중국동포와 거주지역인 대림동을 비하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며 상영중단과 사과를 요구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7년 100만 명 수준이었던 체류 외국인 수는 2018년 236만7,607명을 기록하였고, 이에 따라 외국인 비율도 2007년 2.2%에서 2018년 4.6%로 약 2배 이상 증가하여 우리사회는 다문화 심화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외국인 규모의 증가와 더불어 특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유입되는 외국인의 국적이 다양해졌으며, 초기 대다수를 차지하였던 단기순환형 손님노동자의 비율은 감소했지만 재외동포, 결혼이민자, 영주권자와 같은 정주형 이주민과 이주 배경을 가진 국민(귀화자, 결혼이민자 및 귀화자의 자녀)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이주민 정책에 대한 모색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절망적인 수준의 출산율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라는 인구 변동에 대한 대책으로 외국인 이주 정책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적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다문화 수용성과 관련된 조사 결과의 흐름을 분석해보면, 일반 국민들 사이에 반다문화 정서가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다문화주의를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였고, 다문화사회에 대해 매우 전향적인 태도와 인식을 공유하였으나, 최근으로 올수록 다문화 수용성은 하락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반다문화 정서는 조직적 움직임의 형태로도 나타나 외국범죄척결연대, 다문화정책반대 등 다수의 반다문화 시민단체가 형성되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다문화 정서의 확산은 외국인에 대한 단순한 부정적인 감정을 넘어서 혐오‘범죄’의 행태로 발전되거나 정부의 이주민 수용 정책의 수립방향과 실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다.

반다문화 정서의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는 지속적 경기침체 등과 같은 경제상황의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 범죄와 외국인 밀집지역의 치안 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위협 인식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다문화 수용성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이주민이 증가하면 범죄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해 외국인 증가로 인한 경제적 위협(일자리 경쟁 등)보다 범죄 위협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계 중국인 밀집지역인 서울 서남권지역을 우범지역 혹은 공권력마저 제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법지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범죄는 심각한 문제인가? 몇몇 주목해야 할 사안들이 있기는 하지만, 외국인 범죄는 사람들의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 지난 5년간 외국인의 전체범죄율은 내국인의 2분의 1 수준에 못 미친다. 외국인은 범죄 가능성이 높은 연령층인 청장년층의 비율이 내국인보다 훨씬 더 높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내·외국인 간 범죄율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다만 살인과 강도범죄는 외국인 범죄율이 내국인보다 높아 집중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또한, 범죄유형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2014년 이후 외국인 범죄의 증가 속도는 체류 외국인의 증가 속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안정화 추세를 보인다. 마지막으로 범죄자의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중국인(한국계 중국인 포함)의 범죄율은 외국인 중 가장 높지 않으며, 내국인의 2분의 1 수준이다.

살펴본 바와 같이 유입된 외국인의 존재가 한국 사회에 제기하는 실제적인 범죄 위험과 일반 국민들이 인식하는 범죄 위협과의 괴리는 상당하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는 주로 언론의 보도경향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 중 하나는 외국인의 실제 범죄건수와 보도건수를 비교한 연구이다. 이에 따르면, 조사 기간에 살인사건 범죄자 13명 중 1명이 외국인이었으나, 살인사건에 대한 언론보도는 6건 중 1건이 외국인이 저지른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또한, 전체 범죄자 중 중국인은 200명에 불과하지만, 중국인 범죄자에 대한 기사는 20개 중 1개를 차지하였다. 이는 언론이 범죄자가 외국인인 경우 내국인보다 더욱 민감하고 강도 높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공식 통계의 미비와 비공개 정책도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범죄통계 수집시 외국인 범죄자가 불법체류자인지 여부, 외국인 범죄자에 의한 피해자의 국적 등 외국인 범죄와 관련된 상세한 항목을 수집하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 범죄를 포함한 모든 범죄통계는 읍면동 수준의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불법체류자를 범죄자로 동일시하는 사람들의 막연한 인식이나 영화에서 재현된 외국인 밀집지역의 실상 등이 팩트체크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외국인 범죄에 대한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 외국인 범죄에 대한 상세한 통계자료 수집과 공개를 통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김지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일보 뉴스 네이버 채널 구독하기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1,324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