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결렬 여파에… 김정은 10월 방중 불투명

입력
2019.10.07 17:02
수정
2019.10.07 23: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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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북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연시되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0월 중국 방문이 불투명해졌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로 스케줄이 꼬인 탓이다. 과거 김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담판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 작전타임에 나섰지만, 미국과의 협상이 기약 없이 늘어지면서 타이밍을 다시 잡아야 할 처지다. 중국의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 기념일인 25일에 맞춰 기념관이 위치한 접경 지역 단둥(丹東)을 찾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미국을 공연히 자극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어서 섣불리 꺼내기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이후 친선을 강화하고 비핵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4차례 중국을 찾았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24일 “북중 수교 70주년인 10월 6일 전후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밝히면서 5차 방중이 초읽기에 들어간 듯했다. 실제 단둥에서는 국경절 이틀 후인 3일 불꽃놀이와 함께 경계가 강화되고, 5일에는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가 거리에 내걸리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6일 상호 축전을 보내 전통적 우의관계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북미 간 스톡홀름 협상이 깨지면서 중국과 비핵화 논의 필요성이 줄었다. 김명길 북측 수석대표는 ‘2주 후에 다시 만나자’는 미국의 제안에 “2주 안에 어떻게 새로운 셈법을 만드느냐”고 일축했다. 외교 소식통은 7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언제 만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을 먼저 만나 봐야 비핵화 협상을 놓고 나눌 얘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ㆍ2차 북미 정상회담 전달인 지난해 5월과 올해 1월 중국을 찾은 전례가 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표류하는 사이 새로운 방중 명분으로 25일 항미원조기념일이 부각됐다. 시 주석이 기념관 재개관에 맞춰 단둥을 찾아 김 위원장과 조우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시간이 충분치 않다. 현지 관계자는 “아직 (재개관) 마무리 작업이 한참 남아 앞으로 한 달 안에 완성할지조차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북한이 이날을 함께 기념한 전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국책기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앞서 네 차례 중국에 왔지만 특정 기념일에 맞춰 온 적은 없다”면서 “협상을 계속해야 할 텐데 굳이 미국에 민감한 25일을 선택해 북중 혈맹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김 위원장이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10일 재개되는 미중 무역 협상마저 난국으로 치닫는 경우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과 북한 모두 당분간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25일은 반미 공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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