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딸 2명 간 동시 이식받아 새 생명 찾은 칠레인

입력
2019.10.07 13:46
수정
2019.10.07 17:16

‘2대1 생체간이식수술’ 세계 95%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져

알베르토씨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알베르토씨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알베르토씨 가족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알베르토씨의 퇴원을 축하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말기 간경화와 간암에 걸려 생명이 위태로웠던 60대 칠레 남성이 한국에서 건강을 회복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올 4월 초 첫째 딸과 막내딸에게 간을 기증받아 ‘2대1 생체간이식수술’을 받은 알베르토(62)씨가 건강을 회복해 10일 고국인 칠레로 돌아간다고 7일 밝혔다.

기증자 2명에게 기증 받은 간을 환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수술’은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ㆍ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개발한 수술법이다. 1994년 세계 최초로 간암환자 수술에 성공한 후 지난해 8월 수술 500례를 달성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 수술의 95%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알베르토씨는 지난해 9월 극심한 피로와 황달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말기 간경화와 간암 진단을 받았다. 간 문맥과 담도 폐색으로 고국인 칠레와 미국에서도 치료를 포기했지만, 칠레 현지에서 에콰도르 출신 외과의사인 라울 오레아스씨를 만나 한국행을 결심했다. 오레아스씨는 서울아산병원에서 두 차례 간이식 연수를 받은 외과 의사로, 서울아산병원은 그가 보낸 알베르토씨의 진료기록과 영상자료를 면밀히 검토해 수술을 결정했다.

올 3월 말 서울아산병원 입원 당시 알베르토씨의 상태는 심각했다. 간부전으로 황달 수치가 높았고, 대량의 복수와 혈액응고 기능 장애, 간성혼수 증상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알베르토씨의 아내와 3명의 딸을 대상으로 간 기증자 적합검사를 실시해 첫째 딸 바바라 크리스티나(34)와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23)를 기증자로 선택했다. 간이식팀은 지난 4월 8일 첫째 딸의 간 좌엽과 막내딸의 간 우엽을 각각 절제해 알베르토씨의 간에 연결하는 2대1 생체간이식수술을 실시했다.

수술의 성공에도 알베르토씨가 간 기능을 회복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수술 후 간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6월 말까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알베르토씨는 7월 일반병실로 내려오는 등 상태가 호전돼 10일 퇴원한다. 알베르토씨는 “평범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의 모든 의료진과 간호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한 두 딸과 간병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규 교수는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남미 칠레에서 미국으로 가지 않고 지구 반대편인 한국을 찾은 것은 우리나라 간이식 수준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라며 “전 세계 말기 간질환 환자들이 믿고 찾는 서울아산병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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