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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주내 다시” 北 “연말까지 숙고를”… 실무협상 조기 재개 어려울 듯

입력
2019.10.06 17:35
수정
2019.10.07 00: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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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 결렬, 양측 대화 재개 여지는 남겨둬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AP 교도통신 ㆍ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마친 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스톡홀름=AP 교도통신 ㆍ연합뉴스

7개월 만에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빈손으로 끝났지만, 양측 모두 대화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겨둬 향후 접점을 찾아가기 위해 다시 마주 앉을 것이라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관건은 시기다. 북한이 제시한 기준인 ‘연내’에는 성사되겠지만, 미국 바람대로 2주 내에 다시 회동하는 것은 북측이 명시적으로 거부해 물 건너 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를 맡은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실무회담 뒤 “미국 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지’로 비교적 넉넉하게 시한을 정하긴 했지만, 어쨌든 협상 재개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협상 조기재개에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모든 주제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할 것을 (북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실무협상 결렬이 첫 담판에서 ‘최대치’를 요구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술이라면, 2주 이내에 다시 모이자는 제안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도 차기 협상이 되도록 빨리 열릴 수 있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주 안에 북미 양측에서 획기적인 입장 변화가 나오지 않는 한 단기간의 협상 재개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도 6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내고 “그들(미국)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 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라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에서도 연말까지 기다린다고 했으니, 미국과 한 번 더 보긴 볼 것”이라면서도 “양측 입장 차가 2주 안에 좁혀질 것 같진 않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언제 다시 협상에 나설지를 단언하긴 어렵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비핵화 협상을 무위로 돌리는 건 북미 모두 원하지 않는 결과라는 게 외교가의 전반적 분석이다. 북한으로선 남아 있는 대북 재제가 부담이고, 미국에게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소되지 않은 북한의 위협이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사회가 전방위 제재로 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만큼 북한이 연말 전에는 다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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