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에… 美국무부 “도발 자제하고 협상 나서라” 경고

입력
2019.10.02 18:55
수정
2019.10.02 20:1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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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거리미사일 때 신중 반응과 달리 본토 접근 가능 SLBM엔 경계심 

 美, 실무협상 시점 특정 안 해 북미 협상 치열한 주도권 다툼 예고 

북한이 지난해 5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호'의 사출시험 장면.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5월 공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호'의 사출시험 장면.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시간으로 2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능성이 있는 시험 발사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실무 협상이 시작 단계부터 험난해지고 있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아슬하게 위협하는 이번 미사일 시위가 미국에 양보 조치를 강도 높게 압박하는 성격이 다분해 사전 기싸움의 긴장이 팽팽하게 고조되는 모습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북한은 도발을 자제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그들의 역할을 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무부는 북한 미사일 발사 3시간여 뒤 고위 당국자 명의로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 동맹국과 긴밀히 상의하고 있다"며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내놓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이 미국에 위협적인 SLBM으로 추정되면서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대변인이 로마 현지에서 북한에 대한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낸 것이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하는 미사일은 북극성 계열의 준중거리미사일(MRBMㆍ사거리 1,000㎞~3,000㎞)로 파악돼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아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 후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가지 약속을 했다며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를 계속 중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앞서 5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논란 당시에는 “모라토리엄(활동 중단)은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MB)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북미 정상 간에 중장거리까지 논의해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거리 3,000㎞~5,500㎞의 IRBM은 북한에서 3,000여㎞ 떨어져 있는 미국령 괌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이번 미사일이 사거리만으로는 레드라인을 넘은 것은 아니지만, SLBM이 잠수함에 탑재될 경우 추적 탐지가 어렵고 은밀한 기동으로 괌과 하와이 타격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무기다. 북한으로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시위이지만 미국 입장에선 단거리 미사일처럼 무시하고 넘어가기 어려워 안보리 결의 준수를 강조하며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울러 어렵게 마련된 실무 협상인 만큼 협상 판을 깨지는 않되 북한에 실질적인 협상을 촉구하면서 북한의 흔들기에 휘둘리지 않고 비핵화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북한의 도발에 따른 북미 간 기싸움이 고조되면서 실무 협상의 향방도 현재로선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북미는 앞서 실무 협상 재개를 발표하면서도 장소는 함구하고 재개 시점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1부상은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일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고만 밝혀 재개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

특히 북한이 예비접촉이라는 단계를 둔 것도 변수다. 북한이 체제 보장이나 제재 완화에 대한 미국 측 카드를 확인하는 지렛대로 활용해 예비접촉 결과 실무 협상이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시기를 특정하지 않고 실무 협상(working-level negotiations)이란 표현도 쓰지 않은 채 양국 당국자들이 만날 계획이라고만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긴장 수위를 갈수록 고조시키는 북한의 도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향후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 기로다. 그간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대수롭지 않게 다뤘으나 탄핵 조사로 정치적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국내의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민주당의 탄핵 조사 착수에 대해 “탄핵이 아니라 쿠데타”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트윗을 쏟아냈으나 북한과의 실무 협상 재개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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