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혁신기업> 퀄슨, 영어 문장을 말해야 알람이 멎는다…AI 영어 학습기로 온라인 교육시장에 도전장

입력
2019.10.08 14:24
퀄슨이 10월 출시한 오케이닥터. 이 영어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핵심적인 인공지능 스피커는 퀄슨이 1년 간 50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했다. 퀄슨 제공

#. 오전 6시30분, 인공지능(AI) 스피커에서 팝송이 흘러 나온다. 전날 배운 문장을 말하지 않으면 저 알람은 멈추지 않는다. A씨는 팝송의 한 소절을 말하면서 눈을 떴다. 오늘 새로 배우는 팝송은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듣는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네이티브 스피커인 가수 ‘에릭 남’의 강의를 듣는 동안 평소 들리지 않았던 표현들이 신기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퇴근 후 A씨는 출근 때 들었던 강의 뒷부분부터 듣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팝송을 따라 부르며 표현을 익혔다. 강사가 아닌 AI 스피커가 발음, 강세, 속도 같이 세밀한 부분까지 진단해줘 부끄러움은 없었다. 매일 학습 진척도를 알려주고, 틀린 부분을 복습하면서 자신에게 딱 맞는 학습을 하다 보니 ‘이렇게 공부하는 게 진짜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학원을 다닐 때보다 덜했다.

몇 년 후에나 볼 수 있는 영어학습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어교육 서비스 기업 퀄슨이 10월 선보인 서비스다. 이 업체는 2017년 출시해 13개월간 교육 앱 중 매출 1위를 기록한 ‘슈퍼팬’(가입자 400만명),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애니메이션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리얼클래스’(2018년 1월 출시ㆍ40만명), 영국 방송사 BBC와 협업해 ‘셜록’, ‘닥터후’ 등 드라마로 영국 영어를 배우는 ‘브릿잉글리쉬’(2018년 9월 출시ㆍ10만명) 등을 선보인 에듀테크 기업이다. 2012년 설립해 국내 대기업에 영어 교육 콘텐츠를 공급하다 2017년 일반인 대상 영어 교육 서비스를 시작, 지난해 매출 약 200억원을 기록했다.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으로는 놀라운 성과다. ‘생산성+ 저널’은 이 기업의 혁신은 무엇인지 들어보기 위해 9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퀄슨 사무실을 찾았다.

[저작권 한국일보] 어학 교육 스타트업 퀄슨 박수영 대표가 9월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퀄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서비스 혁신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박수영 퀄슨 대표는 5.46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AI 어학기 ‘오케이닥터’를 직접 개발해 그간의 어학교육 노하우를 집약했다고 설명했다. 보통 교육 콘텐츠 하나를 개발하는데 5억~10억원이 드는데 오케이닥터에만 50억원을 투입, 카이스트 출신의 연구진들이 달라붙어 1년에 걸쳐 개발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오케이닥터가 말을 인식하는 엔진은 구글 것을 사용하지만 사용자의 발음이 미국식, 영국식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빠르기는 적당한지 평가하는 기능 등은 모두 자체기술로 개발한 것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게 하드웨어 개발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과감하게 시도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불문율을 깨고 하드웨어를 개발한 이유는 “학습자들의 시ㆍ공간을 잡기 위해서”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AI 스피커는 아직 태동기를 벗어나지 못해 대여섯 살 정도의 이해력을 갖고 있지만 영어 학습 전용으로, 제한된 영역에서 전문화시켰기 때문에 훨씬 똑똑하다는 것이다. 집에서 전문 영어학원 강사와 견줄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학습을 주도하고, 집밖에서는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학습을 이어갈 수 있어 시ㆍ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박 대표는 판단했다.

소프트웨어도 탄탄하다. 유니버설 뮤직그룹과 정식으로 음원 사용계약을 체결해 샘 스미스, 마룬 파이브, 리 한나, 아리아나 그란데, 케이티 페리 등 아티스트들의 1,000곡을 서비스한다. 강사진으로는 에릭남, 유튜브 크리에이터 문에스더, 대중교통 영어안내방송을 담당한 성우 제니퍼, EBS 수능 영어강사 레이나, 영어학습 전문가 지니 등 유명인들이 직접 강의하며 학습을 이끈다.

과감한 투자로 전문화된 소프트웨어와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해 혁신을 이뤘다는 것인데, 그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퀄슨은 오케이닥터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해 최근 학습했던 부분을 알아서 찾아주고 과거 잘 이해하지 못했던 표현, 잘 틀리는 발음 등 부족한 부분을 ‘진짜 사람’처럼 관리해주는 기능을 조만간 선보일 계획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어학 교육 스타트업 퀄슨 박수영 대표가 퀄슨의 또다른 서비스 '브릿잉글리쉬'를 소개하고 있다. 브릿잉글리쉬는 영국 방송사 BBC와 협업해 만든 것으로 '셜록', '닥터후' 등 드라마로 진짜 영국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명 퀄슨(Qualson)은 ‘Question all the reasons’(모든 현상에 의문을 품다)를 줄인 것이다. 포부는 원대하지만 퀄슨은 당분간 영어 교육 서비스 제공에 집중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다른 기업들이 온라인 교육에서 학원을 내고 오프라인으로 확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온라인 영어 교육 외에 한눈을 팔지 않았다”면서 “2, 3년 안에 영어 교육 시장에서 ‘퀄슨’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부분을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혁신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는 아이들의 영어 교육 콘텐츠 시장, 해외 시장 등으로 진출할 계획은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퀄슨을 이끌어오면서 “이번에는 잘 될 거라고 믿고 출시했는데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했을 때 ‘내가 과연 리더로서 자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가장 힘들었다”면서도 “좀더 많은 혁신을 통해 퀄슨을 명실상부 영어 교육 서비스 기업으로 우뚝 서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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