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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수확기에 태풍이 불어닥쳐 배들이 바닥에 떨어졌다. 9일 오전 태풍피해 농민 일손돕기에 나선 천안시청 공무원들이 과수원 바닥에 떨어진 배를 한 곳에 모으고 있다. 천안시청 제공

이달 초 인터넷 뉴스에서 ‘한 남성이 화장실 문을 밀고 안쪽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때마침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다른 남성의 얼굴이 화장실 문과 부딪혀 눈썹 주변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다.

그런데 이 기사에 사용된 ‘때마침’이라는 부사어는 사건이 일어난 상황과 맞지 않은 표현이다. ‘때마침’은 ‘제때에 알맞게’라는 뜻을 가진 말인데, 이를 사건의 상황과 연결시켜 보면 한 남성이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서려는 순간 다른 남성이 딱 알맞은 때에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문에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는 말이 되므로 제때에 화장실을 마침 잘 나와서 문에 부딪혔다는 엉뚱한 느낌을 주게 된다.

때마침은 이와 같이 불행한 상황에 쓰지 않고 다행스러운 상황에 사용한다. 예를 들어 ‘날씨가 가물어 걱정이었는데 때마침 비가 내려 모내기를 할 수 있었다’든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는데 때마침 2주 동안의 휴식기가 생겼다’와 같이 정말 알맞은 때에 어떤 일이 일어나 다행이라는 느낌을 표현할 때 ‘때마침’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그럼 위의 사건과 같이 불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어떤 표현을 쓰는 것이 바를까? 이 경우에는 ‘하필’이라는 부사를 쓰는 것이 적당하다. ‘하필’은 ‘어찌 하(何)’와 ‘반드시 필(必)’ 자로 이루어진 한자어로서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않고 어째서 꼭’이라는 뜻을 가진 말인데, 대개 마음에 들지 않거나 원망스러운 일이 일어난 것을 한탄할 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하필 그때 벼락이 떨어져 친구가 사망했다’든가 ‘하필 수확기에 태풍이 불어닥쳐 농사를 망쳤다’와 같이 어떤 일이 다른 시기에 일어나지 않고 그 시기에 일어나 유감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 하필을 사용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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