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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사건 담당판사 “사형 내릴 수 밖에 없다 생각, 판결문 자세히 썼다”

입력
2019.09.19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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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송 전 사법연수원장. 연합뉴스
성낙송 전 사법연수원장. 연합뉴스

화성 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알려진 이춘재(56)씨의 처제 강간ㆍ살인 사건에서, 항소심 주심판사를 맡았던 성낙송 전 사법연수원장(법무법인 평안 대표변호사)이 이 사건을 “25년이 지났음에도 기억에 남는 사건”이라고 회고했다.

성 전 원장은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제가 법관으로 있을 때 사형선고를 다섯 번 정도 했는데, 이 사건은 그 중 하나”라며 “선고 후 한참이 지났음에도 조간신문에서 ‘이춘재’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당시 사건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강간해 살인한 뒤 시체를 유기한 혐의로 같은 해 5월 청주지법과 9월 대전고법에서 이뤄진 1ㆍ2심에서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다. 성 전 원장은 당시 대전고법 배석판사로, 이 사건의 주심을 맡았다. 그는 “통상 항소를 기각하면 판결문을 간단하게 쓰지만, 이 사건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며 “(이춘재는)범행 방식도 그렇고, 법정에서 임하는 자세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어 보여 사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 명확한 결론을 보여줘야겠다 싶어 밤을 새워 가며 아주 자세히 썼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씨는 경찰조사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다. “평소 처제들이나 처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고 “부인에게 앙심을 품고 처제를 죽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 전 원장은 “항소심에서 피고인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가 아주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는데, 이를 반박하기 위해 피고인의 행위 하나하나를 판결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했다”며 “그러다 보니 판결문에 20여페이지에 달했다”고 전했다.

성 전 원장은, 자신이 맡았던 사건의 피고인이 화성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것에 대해 “사실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해서는 자세한 범행과정 등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정말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처제 강간ㆍ살인 혐의로 대법원에서 한차례 파기환송된 뒤 1995년 재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돼 부산의 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성 전 원장은 사법연수원 14기로 법조계에 입문해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2월 법복을 벗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1995년 대법원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춘재의 원심(사형)을 파기했을 당시의 소식을 전한 한국일보 기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1995년 대법원이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춘재의 원심(사형)을 파기했을 당시의 소식을 전한 한국일보 기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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