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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업! K리그] 쌀ㆍ연탄기부 넘어... 이젠 새 삶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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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사회공헌 활동의 진화
※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기업 및 지자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도 줄을 잇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는 격주 목요일 연중기획 ‘붐 업! K리그’에서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합니다. 한국일보>
부산 북구에 사는 김흥원(73)씨는 지난달 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프로축구단 덕에 무사히 넘겼다. 지체장애로 경제활동이 어려운데다 하지동맥경화증 진단까지 받아 절망에 빠져있었는데, K리그2(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로부터 뜻밖의 수술비를 지원받았다.
김씨는 본인의 삶보다 함께 사는 3명의 손주들 뒷바라지가 어려워질 까봐 막막했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로 희망을 찾은 김씨는 18일 “축구단 덕분에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됐다”며 “프로축구팀의 노력으로 더 많은 분들이 의료혜택을 보길 바란다”고 했다. 수술 후엔 부산 외국인 선수 노보트니(25ㆍ헝가리)와 수신야르(24ㆍ호주)가 직접 마련한 사인볼 등 기념품을 들고 병원을 찾아 홈 경기 초청을 약속하자 김씨는 “손자와 손녀들에게도 큰 추억이 될 것”이라고 기뻐했다.
쌀이나 연탄, 바자회 물품 기부 등 단발성 간접참여가 많았던 K리그 구단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진화하고 있다. 선수들의 경기 성과와 연계해 연고지 취약계층을 돕는 등 지역 밀착형 활동이 어느 정도 정착된 모습이다. 김씨가 부산 구단으로부터 수술비 지원을 받게 된 배경도 부산이 지역 의료사각지역을 줄이고자 지난해부터 진행중인 ‘골 드림’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선수들이 한 골을 넣을 때마다 100만원씩 적립하고, 이를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해 중증환자들의 수술을 돕는 구조다.
연고지 맞춤형 공헌활동을 펴기도 한다. K리그2 안산그리너스는 지난해까지 지역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다. 공업도시 특성상 다문화가정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해당 가정 어린이들이 차별 받지 않고 또래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 축구만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권익진 안산 운영실장은 “구단 소속 지도자들이 약 2년간 40여명의 아이들을 가르쳤고, 수치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아이들이 더 밝아지고 자신감을 갖는 등 순기능을 확인했다”며 “향후 구단 소속 다문화클럽을 만들어 클럽 유소년 선수 육성을 겸하는 시스템을 함께 갖추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회적 의미를 담은 캠페인에도 적극 동참한다. K리그1(1부 리그) 수원삼성은 오는 21일 상주와 홈경기에서 치매 어르신이 직접 쓴 이름을 유니폼에 새겨 달고 뛴다.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9월 21일)’을 맞아 저소득 치매 가정에 이동식 리프트 체어, 이동욕조 및 목욕의자 등 보조기기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서다. 수원 관계자는 “2015년부터 지속해 온 ‘어깨동무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며 “치매 어르신이 이름을 잊더라도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팬과 선수들은 장기기증에도 앞장서고 있다. 올해부터 프로축구연맹이 진행한 ‘생명 나눔 캠페인’에 동참하면서다. 프로축구연맹에 따르면 현재까지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 가운데 181명이 장기기증 서약을 했고, 선수들 가운데서도 114명이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K리그 경기장에서만 300명에 가까운 서약이 이뤄진 셈인데, 이는 한국 장기조직기증원이 1년간 받는 기증희망서약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지난해 K리그 22개 구단이 실시한 사회공헌 활동은 총 2,483건으로, 재작년보다 활동 횟수를 2배 이상 늘린 구단도 많다”고 했다. 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K리그 구단의 사회공헌활동 혜택을 받은 인원은 21만여 명으로 올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포츠는 지역사회 문화를 건강하게 만들고, 소외계층을 사회로 이끌어내 공생하도록 도움을 주는 장치”라며 “사회공헌 활동으로 보람을 느낀 선수들에게도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어쩌다 생색내기 식으로 할 게 아니라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헌활동으로 스포츠의 사회적 순기능을 이어가야 한다”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들의 경우 스포츠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얻고, 그 효과가 기업 수익으로 이어지는 만큼 기업윤리를 확실히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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