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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익 내각’ 꾸린 아베 “한일관계 바뀌는 것 없다”

입력
2019.09.11 16:48
수정
2019.09.11 19:3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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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교체… 문부과학장관 등 강경 우익 다수 입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과 자민당 주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1일 도쿄 총리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개각과 자민당 주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대규모 개각과 주요 당직 개편을 단행했다. 개헌 등 주요 과제 추진을 위해 측근들을 요직에 배치해 야당과 언론에선 ‘친구 내각’이란 비판이 나왔다. 강경 우파들이 다수 포함됐고 아베 총리도 “한국에 대한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혀 한일관계는 더욱 험난해질 전망이다.

각료 19명 중 아소 다로(麻生太郞) 재무장관 겸 부총리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유임됐고 17명이 교체됐다. 기존 각료 중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전 경제재생장관은 외무장관으로, 고노 다로(河野太郞) 전 외무장관은 방위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일 무역협상을 이끈 모테기 장관은 업무 추진능력과 조직 장악력을 인정 받고 있고, 고노 장관은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에게 “무례하다”고 언성을 높이며 외교 결례 논란을 부른 적이 있다. 한국을 상대할 외교ㆍ안보 수장이 강성 인사가 들어서면서 한일관계 개선이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개각에 따른 한일관계 전망과 관련해 “새로운 체제에서 조금도 바뀌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 등 국가 간 신뢰를 해치는 행동을 계속 하고 있다”며 “국제법에 의거해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경 우익 인사들이 각료에 다수 포함된 것도 갈등 요인으로 거론된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장관은 위안부 문제와 난징(南京) 대학살 등에 대한 교과서 기술방식을 문제 삼으며 우경화에 앞장섰다. 최근엔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와 관련해서 근거 없이 북한 유출설을 거론한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무장관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수 차례 참배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과한 무라야마(村山)담화를 부정했다.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일억총활약장관은 지난달 한국 국회의원들을 만나 “과거 일본에선 한국을 매춘관광으로 찾았다”고 밝혀 도마에 올랐다.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담당하는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장관은 2016년 주간지에 의해 “여자는 25세 이하가 좋다. 25세 이상은 여자가 아니다”라는 발언이 보도됐으며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 수정을 요구한 바 있다.

11일 개각을 통해 깜짝 등용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이 도쿄 총리공관에 들어서고 있다.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인물로 만 38세로 각료로 등용돼 전후 역대 세 번째 최연소 장관이 됐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11일 개각을 통해 깜짝 등용된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장관이 도쿄 총리공관에 들어서고 있다. ‘포스트 아베’로 꼽히는 인물로 만 38세로 각료로 등용돼 전후 역대 세 번째 최연소 장관이 됐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이번에 처음 입각한 각료는 13명이다. 2012년 12월 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아베 총리는 이를 ‘도전’이라고 강조했으나 사실상 70여명에 이르는 당내 ‘입각 대기조’(각료 경험 없는 참의원 3선ㆍ중의원 5선 이상 중진)의 불만 해소를 위한 조치다. 이 중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장관의 발탁이 눈에 띈다. ‘포스트 아베’ 인사로 꼽히는 만 38세의 고이즈미 장관을 기용, 쇄신 이미지와 정권 부양을 노렸다. 그는 오부치 유코(小淵優子ㆍ입각 당시 만 34세), 노다 세이코(野田聖子ㆍ만 37세) 전 장관에 이어 전후 세 번째로 젊은 각료가 됐다.

그러나 여성 각료는 다카이치 총무장관과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장관 2명에 불과했고, 지난해 당 총재선거 경쟁상대였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이끄는 파벌은 철저히 배제됐다.

주요 정책과 개헌을 추진을 위해 주요 장관과 당내 요직엔 측근을 기용해 ‘안정’을 택했다. 노동개혁을 위해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전 자민당 총무회장을 후생노동장관으로, 전세대형 사회보장 추진을 위해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전 관방부(副)장관을 경제재생장관으로 기용했다.

당 4역엔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이 유임됐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전 올림픽장관이 총무회장으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이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니카이 간사장은 이날 아베 총리의 당 총재 4 연임론과 관련해 “만약 아베 총리가 그런 결심을 하면 지원할 것”이라며 장기집권의 포석을 깔았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당의 방침인 개헌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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