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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가 돌봄 걱정 없이 경제활동 할 여건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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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이런 건 어떨까요]<36>미혼모 가족
미혼모가 가장으로서 제일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일ㆍ학업과 육아의 병행이다. 독박육아가 힘든 것은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미혼모의 나홀로 육아는 차원이 다르다. 편견 등으로 가족 및 지인과 관계가 단절되면서 보육기관 등ㆍ하원은 물론, 자녀가 아플 때 등 비상상황에 도움을 청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서비스는 이들이 의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 만 3~36개월 이하 아동에 종일제 돌봄, 만 12세 이하 아동에게 시간제 돌봄을 제공하는데다 소득 수준이 낮으면 본인 부담금도 적기 때문이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모 가정 300가구를 조사한 결과 93.4%가 아이돌봄서비스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아이돌보미에게 자녀를 맡겨본 미혼모는 17.1%(36명)에 불과했다. 이들은 차별을 경험했거나 차별이 우려돼서(15.4%)나 이용가능 시간이 짧아서(14.3%), 또는 연결이 되지 않아서(8.0%) 등의 이유를 들었다. 김지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이돌봄서비스는 돌봄이 급한 한부모가정을 위해 우선배정을 하지 않는다”며 “초등교실 및 돌봄기관을 이용할 때도 한부모가정의 순위가 맞벌이ㆍ다자녀부부와 비슷하게 정해지기 때문에 미혼모의 상황을 고려한 우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혼모를 ‘좋은 일자리’로 연결할 정책도 부재하다. 상당수의 미혼모가 고용노동부의 직업훈련 프로그램인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의존하지만 선택 가능한 직업군이 한정적인데다, 육아가 출석인정사유가 아니라서 중도이탈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이성현(가명ㆍ30)씨는 딸이 2살이던 2년 전 취성패에 참여했지만 “딸이 아파 결석하거나 아이돌보미가 늦게 도착해 수업에 지각하는 등 벌점이 쌓여 중도 탈락했다”고 한다. 네살 딸을 키우는 최혜정(42)씨 역시 취성패를 통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려고 했지만 아이가 급성 기관지염에 걸리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7일간 무단결석 시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없는데, 아이가 8일간 입원해야 했던 것이다. 최씨는 “딱 하루만 사정을 봐달라고 (교육기관에) 사정했지만 본인 질병이 아닌 이상 모두 결석으로 간주하는 원칙 때문에 소용 없었다”며 “간병할 사람을 못 구하면 자기계발조차 힘든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미혼모가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금만 마련해도 결과는 달라진다”고 말한다. 협회는 2015년부터 두산과 함께 3년간 ‘엄마의미래’라는 사업을 운영했다. 120명의 미혼모에게 300만원을 지원해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도록 했다. 육아 고충을 겪는 참가자에는 돌봄지원이나 긴급생계비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기관을 소개했다. 사업 종료 후 45%가 취업에 성공했는데 공무원, 영어강사, 산업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얻었다. 김 대표는 “미혼모 각자가 처한 상황과 직업욕구가 다르지만 정부 정책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미혼모에 대한 지원을 아이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보고 적극적인 고용지원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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