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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증거인멸 멈춰라”…조국 부인 한밤중 기소로 본 檢의 메시지

입력
2019.09.09 04:40
수정
2019.09.09 07:41
4면

 “충분한 증거 확보” 추론도 나와… 대통령에 검찰 수사 의지 시사도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교수를 비롯한 관련자들의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막바지로 치닫던 6일 밤 11시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당직실로 법조 출입 기자들이 대거 몰렸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는 소식이 검찰 주변에서 번지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움직이었다. 통상 검찰이 피의자 구속을 위한 영장 청구서와 공소장을 한밤 중에도 법원 당직실로 보내기 때문에 길목을 지킨 것이다. 그러나 정 교수 사문서 위조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인 6일 자정까지 특이한 동향은 발견할 수 없었다. 같은 시각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종료되자 검찰은 그제서야 "6일 밤 10시50분에 정 교수를 기소했다"는 짧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그야말로 한밤 기습 기소였다.

검찰 안팎에선 정 교수에 대한 기습적인 기소에 몇 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수사 원칙에 따라 공소시효를 넘기지 않고 기소를 한 사실로 미뤄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의혹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론이 먼저 제기됐다. 실제로 검찰은 조 후보자 딸의 봉사 활동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표창장 작성 시점 역시 조작됐을 가능성과 관련된 진술 및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수사팀 내부에선 "조 후보자가 표창장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이는 피의자인 정 교수의 입장과 동일하다" "혐의를 부인하는 등 소환의 실익이 없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청문회 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게 검찰의 의무"라는 의견이 연이어 제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검찰의 전격 기소를 추가 증거인멸 정황과 연관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많다. 검찰 수사의 핵심 축인 입시 부정과 사모펀드, 웅동학원 관련 의혹에서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하면서 기소를 통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특히 사모펀드 의혹을 둘러싸고 입맞추기 등 증거인멸 시도가 집중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정 교수와 친척들이 법률적 대응을 이유로 펀드 및 사업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것 자체를 검찰 입장에선 진술 맞추기 혹은 증거인멸 시도로 판단할 수 있다"며 "한국투자증권 압수수색도 제기된 의혹과 관련된 증거인멸 시도를 포착하기 위한 수사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검찰의 신속한 대응은 '대통령의 시간'과 관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6일 자정 청문회 종료로 조 후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무부 청문준비단이 해산되고, 동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하는 데 며칠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검찰은 파악한 것 같다"며 "조 후보자의 임명권을 가진 대통령에게 강한 수사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검찰의 집단적 의사 표현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공소시효 완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통령에게도 전달할 강력한 수사 의지를 천명한 것이 전격 기소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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