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신민주 “정치권에서 왜 청년은 항상 ‘땔감’으로 사용되나”

입력
2019.09.08 15:58

[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31> 신민주 노동당 부대표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한국일보]신민주 노동당 부대표는 청년이라는 집단은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이질적인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현재 2030이 처한 문제를 단순히 ‘청년 이슈’라고 뭉뚱그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신민주 노동당 부대표는 청년이라는 집단은 하나로 묶일 수 없는 이질적인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현재 2030이 처한 문제를 단순히 ‘청년 이슈’라고 뭉뚱그릴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희연 인턴기자

신민주(25) 노동당 부대표는 2014년 아르바이트를 하던 커피숍에서 화상을 입었다. 응급실에 실려간 후 산재 처리를 하려 물었다가 쫓겨나다시피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했다. 그 해는 세월호가 바다 속으로 가라앉기도 했고, 광장에는 피해자를 향한 혐오와 조롱이 넘실거렸다. ‘이 세상이 싸그리 망했으면 좋겠다’며 증오에 파묻힌 그를 건져올린 건 정치가 얼마든지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희망. ‘청년’ ‘여성’이라는 화두에 골몰해 어떻게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킬지 고민하는 신 부대표를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났다.

◇이하 일문일답

-대한민국 국회의 대표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청년이 잘 대변되고 있다고 보는지.

“국회의원 중 청년이 절대다수를 차지한다고 해서 청년을 잘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법안이 발의되고, 어떻게 대변되는지를 봐야죠. 우리 국회는 매번 청년을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청년의 입장에서 보면 ‘왜 항상 청년은 땔감으로만 사용될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토론회를 열어서 청년의 뜻을 대변하겠다고, 사회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실질적으로 청년이 혜택을 받지는 못해요. 실제로 제가 아르바이트 관련 토론회에 간 적이 있는데요. 참가한 청년들은 각자 삶이 어떻게 힘든지 말하는데 의원들은 ‘그렇군요’ 하며 그냥 듣고 있더라고요. 그 과정 자체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어요.”

-정당이나 정치인이 청년들의 의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느낀 사례가 있다면.

“최근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에 대해 한 정치인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교육 때문’이라고했잖아요. 그렇게 보면 ‘20대 여성’도 같은 교육을 받고 자랐는데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데, 모든 것을 교육의 문제로 환원하는 게 게으른 발상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걸 20대라는 세대의 문제로 볼 것인지, 남녀 젠더 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조차도 정치권에서 없는 게 안타까워요. 저는 이 현상을 남성 기득권이 해체되는 시기에 벌어진 현상이라고 보는데, 마치 ‘청년 세대의 문제’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몰이해를 드러낸다고 봐요.”

-‘청년 당사자’가 제도권 정치에 많이 진입하면 되는 일인가.

“과거 촛불집회에서 여러 총학생회가 그랬듯, ‘대학생이 앞장서서’ ‘청년을 대변해서’ 같은 말을 많이 해요. 청년은 한 세대로 뭉뚱그릴 수 없을 정도로 서로 이질적이라 가끔은 청년이 또 다른 청년을 모를 때도 많아요. 단일한 집단이 아닌 거죠. 그러니 어떠한 청년을 대변할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여의도에 청년 정치인의 싹이 말랐을까.

“선거제도 자체가 가족 구성원이 많지 않은 청년들에게 불리해요. 2016년 노동당 마포을 국회의원 후보였던 하윤정씨가 공직선거법 93조(후보자의 선거운동 주체를 후보자의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에 헌법소원을 냈어요. 결혼하지 않고 자식이 없는 청년 후보에게 너무 불리한 조항이었죠. 기자회견도 했고 그 결과 일부 위헌 판결이 났지만 배우자 직계존속을 근간으로 한다는 것에는 변화가 없어요.”

-정당 내 활동에 한계나 어려움을 느낄 때는 언제인지.

“정당에는 정말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던 분들이 많아요. 갓 입당한 청년들이 활동을 할 때, 그런 분들이 본인이 경험했던 것들을 전해주면 많은 도움이 되죠. 청년은 사회적 소수자,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지만 과거에 노동운동 하신 선배들은 그런 주제에 익숙하지 않아 서로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데에서 간극이 생기는 거 같아요. 이런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당내에서 쏟는 노력이 있다면.

“노동당 안에는 평등문화 조항이 있어요.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그걸 읽고 시작해요. 큰 강제성이 있겠나 싶다가도, 막상 읽으면 ‘정말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당은 앞으로 교육에 성평등이나 장애 평등의 내용을 추가하려고 해요. 그렇게 공동의 경험을 통해 평등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죠.”

-선거제 개혁과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사표를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정당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자신들에게 유리할까 고려하다 보니 취지가 무색해지고 복잡해졌습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중요하지만, 정작 청년의 정치 진출을 위해서는 선거 비용 보전이나 기탁금 개정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나 시민사회의 정치교육이 어떻게 변해야 할지 생각해본 바가 있다면.

“삶에서 정치와 정치가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대학생 때, 세월호 유가족을 불러 간담회를 하려고 했더니 학교 당국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강의실을 빌려줄 수 없다고 하는 거에요. 정치외교학과가 있는 대학에서 말이죠. 더 웃긴 건 서울시장은 그 대학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어떠한 것이 ‘정치적’이라고 비판받고, 어떤 사람이 그렇게 낙인찍히는 걸까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정치 활성화를 위한 전제조건과 가장 시급한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재정치 아웃(out)’이요. 청년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정치, 젊은이 뿐 아니라 여성, 소수자 등이 배제되지 않는 정치, 그리하여 모두의 정치로 변화해야 해요.”

조희연 인턴기자, 정리=이정원 인턴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