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유치준씨, 40년 만에 부마항쟁 사망자 첫 인정

입력
2019.09.05 17:47
수정
2019.09.05 21:27
27면

경찰의 암매장 등 은폐 정황 반영

2019-09-05(한국일보)
2019-09-05(한국일보)

부마민주항쟁 당시 주검으로 발견돼 현재까지 유일한 희생자로 알려진 고 유치준(당시 51세ㆍ사진)씨가 40년 만에 항쟁 관련 사망자로 정부의 공식 인정을 받았다. 부마민주항쟁 피해자들 중 첫 사망자 인정이다.

‘국무총리 소속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심의위원회(이하 진상규명위원회)’는 5일 서울 종로구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제54차 회의를 열고 유씨를 항쟁 관련 사망자로 의결했다. 유씨는 부마민주항쟁 당시 공사 현장 노동자로 1979년 10월 19일 오전 5시쯤 경남 마산시(현 창원시)산호동 새한자동차 앞 노상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지난해 6월 진상규명위원회에 유씨를 ‘부마민주항쟁 관련 사망자’로 신고 접수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유씨 사인이 물리적 타격에 의한 외상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고, 사고 지점에서시위가 격렬하게 발생했던 점 등을 종합해 항쟁 관련 사망자로 판단했다. 타살 정황이 당시 경찰 문서에 기재돼 있었지만 경찰이 시신을 암매장하고 검사에게는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다고 허위 보고한 점 등 사망 사실이 은폐된 점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유씨 사망 사건은 진상규명위원회에 접수된 부마민주항쟁 관련 피해 사실 300여건 중 유일한 사망신고 건이다.

홍순권 위원장은 “이번 결정은 억압적인 유신체제에 항거하기 위해 일어선 부산ㆍ마산 시민들을 국가가 무력으로 진압하고자 공권력을 투입하는 상황 하에서 고인은 국가권력의 직·간접적 행위와 관련돼 사망했다고 판단하고 이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강고한 유신체제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유신체제 몰락을 이끌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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