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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환 “젊은 정치 발전 위해 청년, 정당, 유권자 모두의 ‘인식 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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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29> 황규환 자유한국당 청년 부대변인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완벽한 단 하나의 해법’은 세상에 없어요. 고령화 기득권 정치가 문제라고 해서 준비되지 않은 청년 수십명에 ‘자, 청년비례 들어오십시오’라며 단순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정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죠.”
엘리트 명망가 출신의 중년 남성이 대다수인 제도권 정치에서 벗어나 젊고 신선한 정치를 가능케하는 ‘만병통치약’이 세상에 존재할까. 질문 앞에서 황규환(38) 자유한국당 청년 부대변인은 단언컨대 ‘아니’라고 일축한다. 정치권에서 청년을 육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은 현실이지만, 단순히 청년에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식의 납작한 해법으로는 선진적인 정치 문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청년 스스로 실력을 쌓으려는 노력, 유권자의 인식 전환, 제도적 마련이라는 세 요소가 동시에 굴러가야 비로소 젊은 정치의 활로가 뚫린다고 일갈하는 황 부대변인을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 이하 일문일답
-제도권 정치에서 청년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대부분 정당에서 ‘만 45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는 건, 그 만큼 정치권에 청년이 없다는 의미에요. 저 조차도 ‘내가 청년인가’ 싶을 때가 많은 걸요. 진보정당의 사정이 조금은 더 낫겠지만, 전체 인구 대비 실제로 2030이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이 현저하게 저조하죠. 조금 더 냉소적으로 얘기하자면, 대체로 선거에서 투표율 60%라 해도 그 중 50%만 득표하면 당선권이에요. 유권자의 50%도 사로잡지 못하고 당선되는 경우가 허다하죠. 100%의 마음을 얻을 필요가 없고, 산술적으로 전체 유권자의 30%의 표만 얻어도 당선이 되니 정당이 집토끼 잡기에만 몰두할 수 밖에 없어요. 청년 뿐 아니라 현재 제도 아래에서 의회의 대표성 자체에 문제가 있죠.”
-청년 이해관계가 정치에 반영되지 않는 건 고질적 문제다.
“20대 국회의원 나온 지가 수십년은 됐을 거에요. 꼭 그 입장이어야 대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환경이 중요하잖아요. 신보라 의원이 20대 국회 첫 안건으로 ‘청년기본법’을 발의했지만 아직 공전 중이잖아요. 그 법안과 직접 연관이 있는 청년은 마음이 급하지만, 국회 내 젊은 국회의원이 없을수록 ‘당장 자기 일이 아니다’는 식으로 소원해지기 쉬워요. 청년기본법 자체가 엄청난 정쟁의 도구도 아니고, 의지만 있으면 양당 합의를 보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사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들 공감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안 되고 있다는 건 ‘관심 밖’이란 거죠.”
-‘관심 밖’인 이유는 청년이 표가 되지 않기 때문인가.
“결국 ‘30% 대표성’의 문제에요. 예를 들어 유권자 전체의 70~80%의 마음을 얻어야 당선된다고 하면 어느 당도 이렇겐 못해요. 한 명의 마음이라도 사로잡아야 할 텐데. 청년이 표가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하고, 어차피 잘해줘도 표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생각이죠. ‘미세먼지 8법’ 같은 건 국민적 관심도가 굉장히 높고, 통과되지 않으면 국회 전체가 욕을 먹으니 표가 돼요. 하지만 청년기본법이 통과된다고 청년들이 ‘한국당 찍어주자’ 그럴까요. 이건 한국당 뿐 아니라 모든 정당의 문제입니다. 표가 되지 않으니 상징성으로만 이어지고, 실질적으로 발현되고 현실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동시에 여의도에서 정치를 하려는 청년도 없다는 평도 상당하다.
“옛날처럼 정치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과거에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정치 밖에 없었잖아요. 과거 대통령, 과학자를 장래희망으로 썼지만 요즘은 방탄소년단과 유튜버도 세상을 바꾸는 데 일조를 해요. 정치권 자체가 예전처럼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지도 않고 오히려 욕만 먹잖아요. 선거제에서 문제를 찾는다면, 저는 무수한 선거제도 가운데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연동형 비례대표제’ 한다고 해서 청년이 많이 들어온다는 보장도 없고요. 김영삼 전 대통령이 20대에 최연소 국회의원 된 1950년대는 선거제도가 지금보다 더 후진적이었어요.”
-지금과 같은 정치 풍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의 탄생은 기대하기 힘든데.
“유권자의 인식도 중요해요. 과거 19대 총선에서 출마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 맞서 새누리당에서는 손수조 후보가 출마했잖아요. 좋게 해석하자면 ‘대선주자에 청년으로 승부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역에서는 ‘어린 애를 공천하다니 선거가 장난이느냐’고 생각하는 유권자도 상당수 있었어요. ‘젊은이들도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을 해도 실제 투표장에서 표로 이어지진 않아요. 실질적으로 제도 마련이나 지도부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뽑는 이들도 ‘청년도 잘 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우리 정치에서는 각종 조직에서 정점에 오른 뒤 그 다음 코스로 국회에 입성하는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그런 이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죠. 으레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검사장, 교수 출신이고, 외면은 풍채가 좋고 당당한 모습이었으면 하는 유권자 심리가 있어요. 어느 정당에서도 떨어질 후보를 공천할 수 없어요. 청년을 후보로 냈을 때 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정당도 결단을 할 수 있고요. 그런 희망이 당장 오늘 아침 생기는 게 아니라, 젊은 정치인들이 계속해서 쌓아왔어야 하는 것 같아요. DJ나 YS처럼 2030 때 국회의원이 되는 사례가 근래에 없다 보니 후배들도 머뭇거릴 수 밖에 없고요.”
- 지난 7월 한국당 청년 부대변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에서 청년 부대변인을 공모를 통해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누가 됐느냐도 중요하지만 2030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선발됐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 세대에 당이 던지는 메시지와도 일맥상통해요.”
-많은 청년이 한국당을 ‘꼰대 정당’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청년 부대변인으로 임하는 각오가 있다면.
“정확히 말하면 한국당이 꼰대 정당인 게 아니라, 우리 정치가 꼰대 정치 이미지인 것 아닐까요. 단순히 젊은 층의 참여가 저조한 걸 넘어 우리 정치가 보여주는 행동, 언어, 문화가 시대를 이끌어가기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청년은 물론 국민들도 실망하는 거라 생각해요. 청년 부대변인으로서 당의 이념과 지향점을 유지하되, 정치와 한발 떨어져 있는 일반 청년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대한 해답을 함께 고민하고 싶어요.”
-젊은 정치, 젊은 정당 가능할까.
“지금까지 한국 정당은 내부에 역량 있는 인재의 특기나 전문성을 살려 키워주기 보다는 선거 때마다 외부의 인지도가 있고 특정세력의 지지를 받는 인재를 영입하기에만 급급했어요. 청년 정치인들의 지속성에 한계가 있었죠. 국민들 역시 젊은 정치에 대한 열망과 미래 세대에 대한 기대가 현실 정치로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선에서 정치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바라봤으면 해요. 젊은 정치인, 정당의 인재에 대한 투자, 국민의 새로운 관점이라는 세 가지 노력이 동반되었을 때, 청년이 하는 정치, 청년을 위한 정치가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정치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유권자 인식, 제도의 미비 등의 문제가 상존하지만, 젊은 정치인 스스로의 노력도 더해져야 해요. 선배 정치인들이 걸어온 기존 정치를 답습하고, 라인을 따르고, 구태를 닮아가는 건 아닌지 계속 경계해야죠. 마지막으로 정치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국회의원 보좌진과 정당 사무처를 정치 진입의 발판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김무성, 박지원 의원도 모두 보좌진부터 해서 성장한 이들이구요. 갑자기 바깥에서 자극적인 말을 해서 뜨는 젊은 친구보다 검증이 되고, 실무적으로 좋은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 총학 출신이나 민주화 운동 하던 청년들이 정치로 많이 진입했다면, 시대적으로 젊은 정치인 수혈하는 루트로 보좌진과 정당 사무처가 유효하다고 보고 있어요.”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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