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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정치… 보통시민의 얼굴과 닮게, 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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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10ㆍ끝> 젊은 정치를 응원해
“왜 ‘청년 정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지부터가 문제에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두고 ‘청년 정치’라 말을 붙여 마이너리그를 만들어 놓은 거죠.”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청년 정치’라는 단어는 이미 오염됐다.’ 3개월간 연재한 한국일보 ‘스타트업! 젊은 정치’를 취재하면서 만난 젊은 정치인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청년 정치’라는 말이 어떻게 호명되는지 맥락을 살펴보면, 이 주장이 터무니 없지만은 않다. ①평소 인재 육성에는 관심이 없던 정치권이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젊은 이미지’를 필요로 한다. ②구미에 맞는 청년을 발탁해 ‘청년 소통 업무’를 몽땅 맡긴다. ③청년 정치인은 관련 간담회와 토론회를 열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④기존에 발탁됐던 청년은 기성 정치권으로 ‘승격’되지 못하고 여의도를 겉돈다. ⑤기성 정치인은 ‘청년에게 일을 맡겨 봤더니 실망스러웠다’며 청년 세대 전체에 무능력과 무책임의 ‘딱지’를 붙인다. ⑥그래서 ‘청년 정치’는 ‘성숙한 어른들의 정치’와 대조되는 ‘치기 어린 청년들의 정치’로 격하된다.
한때 변혁을 이끄는 새로운 세대의 기수를 상징했던 단어 ‘청년 정치인’이 오늘날 ‘준비가 미흡한’ ‘미숙한’ ‘징징거리는’의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이러한 정치권의 청년 소비 패턴과 무관하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인사는 “‘정치 신인’의 반대는 물러나야 할 대상인 ‘구태 정치’를 연상케 하지만, ‘청년 정치인’의 반대인 ‘기성 정치인’은 오히려 노련하고 성숙한 느낌을 준다”며 “단어를 규정하는 힘이 있는 기성 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청년에 관한 프레임”이라 주장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스타트업! 젊은 정치’ 기획은 ‘청년 정치’ 대신 ‘젊은 정치’를 호명한다. ‘생물학적으로 젊은 정치인이 늘어야 한다’는 납작한 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고, ‘55.5세, 41억원 재산, 83%의 남성’이라는 20대 국회의 평균 정체성에서 드러나듯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정치를 조금 더 시민의 얼굴과 닮게, 그리고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취재팀은 젊은 전ㆍ현직 의원, 정치 활동가, 정당 당직자 등 45명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A4용지 200쪽에 달하는 인터뷰 내용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들여다 봤다.
모든 진단을 종합했을 때,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고 젊은 정치의 싹을 말리는 원인은 명징하고도 다층적이었다(본보 6월 7일자 1ㆍ2ㆍ3면). 거대 양당의 기득권이 강화하는 가운데 국민들은 정치 혐오로 신음한다. 이 가운데 청년은 이미지를 소비하는 데에 사용될 뿐, 5060 엘리트 명망가 남성을 중심으로 손쉬운 인적 충원이 이뤄진다. 정당은 인재 육성에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계파 중심 공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주거 등 청년 세대가 놓인 상황은 악화하고, 여야 합의안이 도출된 ‘청년기본법’마저 공전을 거듭한다. 기성 양당과 현역정치인, 이미 돈이 많은 자에게 관대한 정치자금법과 정당법, 공직선거법이 도전자에게 빈틈 없는 진입장벽으로 작용(6월 17일자 1ㆍ8ㆍ9면)하면서 반짝이는 정치 신인이 개인기로 돌파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
이런 제도를 깨부수고 젊은 정치의 싹을 틔울 권한 또한 주로 기성 정치인에게 주워져 있다는데 다시 한번 좌절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다. ‘젊은 정치’ 취재팀은 스웨덴, 프랑스 등 해외 취재를 통해 의회 구성이 인구 구성과 닮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꿈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은 21세기에 태어난 국민이 선거권을 갖게 되는 첫 대형 선거다. 이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3과 4로 시작하는 2000년대 이후 시민들이 유권자로 등장하게 되지만, 이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금배지를 달아온 다선 노장 의원들이 여전히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은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며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제목의 책을 선물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 진출을 시작하자 기업에도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비상이 걸렸다. ‘90년대생’도 껴안지 못하는 지금의 국회와 정치권은 ‘00년대생’을 정치적 주체나 동반자로 받아들이는데 어느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나. 기성 정치에 던지는 질문으로 10회 연재의 문을 닫는다.
이혜미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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