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산안] “해보자 일본” 빚내서라도 미래산업ㆍR&D 대거 투자

입력
2019.08.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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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ㆍ중기ㆍ에너지 예산 27.5% 증가한 23.9조원… R&D 예산도 17.3% 늘려 

 일자리 예산 등 보건ㆍ복지ㆍ노동 관련 예산은 20.6조원 늘린 181.6조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원대 내년도 총지출 계획을 확정했다. 올해(9.5%)에 이어 2년 연속 9%대 예산 증액 조치로,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과 경제 활력 회복을 목표로 적자를 감수하고 대규모 확장 재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고 513조5,000억원 규모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올해 본예산(469조9,000억원)보다 9.3%(43조9,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 전반에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혁신성장 가속화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예산 주요 투자 방향. 기획재정부 제공
2020년 예산 주요 투자 방향. 기획재정부 제공

 ◇R&Dㆍ신산업에 대규모 투자… 일본 수출규제 ‘돌파구’ 

내년 예산안에서 가장 공들인 분야는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을 위한 투자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그동안 일본에 의존해 왔던 소재ㆍ부품ㆍ장비를 자립화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데이터(D)ㆍ네트워크(N)ㆍ인공지능(A) 등 이른바 ‘DNA 산업’에 집중 투자해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R&D) 관련 예산을 올해 대비 17.3%(3조6,000억원) 늘린 24조1,000억원으로 편성하고, 산업ㆍ중소기업ㆍ에너지 관련 예산은 23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27.5%(5조2,000억원) 증액했다.

정부는 해당 예산 중 2조1,000억원을 핵심 소재ㆍ부품ㆍ장비 자립화에 집중 투입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핵심 품목 자립화를 위해 내년 중 66개 품목에 대한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테크브리지 활용 상용화 등 3개 기술개발 사업에 대해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 수요 연계 기술개발 등 중소기업 전용 R&D 과제를 600개 선정해 1,186억원을 지원한다. 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의 기술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5,000억원 규모의 전용펀드도 조성한다. 산업은행의 혁신모험펀드에 2,000억원을 출자해 4,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모태펀드에 예산 600억원을 보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바로 양산에 나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도 보증ㆍ융자 방식으로 지원한다.

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신속한 대응을 위한 목적예비비도 5,000억원 추가 편성된다. 소재ㆍ부품ㆍ장비 산업을 안정적ㆍ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특별회계 신설도 추진된다.

혁신성장을 가속화할 핵심산업 육성엔 4조7,000억원이 배정됐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가 될 DNA 산업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이렇게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기업이나 공공부문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ㆍ헬스, 미래자동차 등 이른바 ‘빅3’로 불리는 3대 핵심산업엔 3조원을 투입해 팹리스(생산시설 없이 설계ㆍ개발만 수행하는 전문기업)를 키우고 전기차ㆍ수소차 보급에 나선다.

각 대학에서 운영하는 BK21 사업에 6,400명 규모의 ‘혁신성장 선도인재 양성형 사업’을 신설하는 등 내년 중 혁신을 이끌 미래 인재도 4만8,000명 양성한다. 홍 부총리는 “내년 예산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돌파구’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2020년 예산 주요 분야별 배분. 기획재정부 제공
2020년 예산 주요 분야별 배분. 기획재정부 제공

 ◇노인일자리 74만개… 일자리 예산 21% 증가 

내년 예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건ㆍ복지ㆍ노동 관련 예산은 181조6,000억원(35.4%)으로 올해보다 12.8%(20조6,000억원) 늘었다. 이 중 일자리 관련 예산에 올해보다 21.3%(4조5,000억원) 많은 25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내년부터 ‘한국형 실업부조’라 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도입된다. 저소득층, 청년 등 20만명의 구직자를 대상으로 최대 6개월간 월 50만원씩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하는 제도다. 소득 하위 40% 저소득 노인을 위한 기초연금은 월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높이고, 노인 돌봄서비스 대상자도 올해 35만명에서 내년 45만명으로 10만명 늘린다.

일자리 예산에는 노인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를 올해(61만개)보다 13만개 늘린 71만개로 확대하고 청년추가고용장려금(20만명→29만명)과 청년내일채움공제(25만명→35만명)을 늘려 청년층의 취업과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4차 산업혁명 분야 맞춤형 훈련(1,800명), 산업계 주도 청년 맞춤형 훈련(3,000명) 등 노동시장 변화에 맞춘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도 구축한다.

국방 예산과 외교ㆍ통일 예산은 각각 50조2,000억원, 5조5,000억원 편성됐다. 처음 50조원을 돌파한 국방 예산에는 핵과 대랑살상무기(WMD)에 대응한 전력보강 예산(6조2,000억원), 무기체계 국산화 등을 위한 국방 R&D 투자(3조9,000억원) 등이 포함됐으며, 병사 봉급을 병장 기준 40만6,000원에서 54만1,000원으로 인상하기 위한 예산도 담겼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위한 철도ㆍ도로 연결 등 인프라 투자 예산으로 4,900억원, 한강 하구 등 남북접경지역 공동 이용을 위한 예산으로 444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미세먼지 대응, 붉은 수돗물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환경 관련 예산은 19.3%(1조4,000억원) 늘어난 8조8,000억원 편성됐으며 노후 도로ㆍ철도 개량 등 사회기반시설(SOC) 관련 예산은 22조3,000억원 편성됐다. 5G 기반 콘텐츠 개발 등 문화ㆍ체육ㆍ관광분야 예산은 8조원, 쌀 직불제 개편, 스마트팜 구축 등 농림ㆍ수산ㆍ식품 분야에는 21조원이 각각 배정됐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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