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치 택했다" 민주, 하루 만에 강공 대응 전환

與 “조국 사퇴하라는 검찰의 압력”…하루 만에 강공 대응 전환

입력
2019.08.29 04:40
수정
2019.08.29 17:40
4면
구독

당청〮 ‘압수수색, 윤석열 단독 플레이’ 판단…긴급 최고위 열어 “검찰이 정치 택했다”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표창원(왼쪽부터), 송기헌, 김종민 의원이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은 검찰 수사를 핑계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무력화는 안 된다’며 청문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28일에도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수사에 전격 착수한 데 대해 사실상 침묵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는 긴급 최고위원회의까지 소집하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한 여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검찰의 전날 압수수색은 “조 후보 스스로 사퇴하기를 바라는 압력”이라고 규정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처럼 “검찰이 정치를 택했다”는 쪽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 등장 이후 사실상의 첫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놓고, 당·청의 시각은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 시작됐다는 경계심이 큰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조 후보자와 관련한 전날의 전방위 압수수색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단독플레이’로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한 당부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기질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국회 인사청문절차가 진행 중인데 검찰이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야가 논란 끝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일정에 합의한 뒷날 유례 없는 대규모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여권 한 관계자는 “청문회까지 갈게 아니라 이쯤에서 물러나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며 “검찰이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정치검찰로부터 벗어나는 게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여권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검찰의 현실적 저항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하는 배경이다. 단순히 조국 후보자 거취 차원의 문제를 너머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 의제인 권력기관 개혁 기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출근해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고영권 기자

민주당이 격앙된 분위기를 감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유감’을 표현하며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인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최고위를 여는 등 ‘공세적 대응’으로 선회했다. 특히 압수수색 결과가 언론에 새어 나가는 데 대한 책임론까지 거론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피의사실 공표는 지난 시기 검찰의 대표적인 적폐 관행”이라며 “검찰은 유출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체제에서는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윤 총장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검찰과의 ‘강 대 강’ 대치를 통해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조 후보자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지지층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도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비칠 경우 조 후보자를 중심으로 지지층이 결집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기대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8일 인천시 남동구 공작기계 제조업체 삼천리기계에서 열린 ‘공작기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선 복잡한 심경도 엿보이고 있다. 여당의 검찰 비판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여론의 역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청와대가 조 후보자 검찰 수사와 관련해 침묵하며 당과 사실상 역할 분담을 한 것도 이 같은 부작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