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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맞춘 SKㆍ애경… 8년만에 가습기살균제 사과했지만, 보상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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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체 꾸려 검찰ㆍ환경부 대응… 피해자ㆍ가족들 “옆구리 찔러 사과 받는 느낌에 실망”
1,4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의 제조업체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협의체를 꾸려 검찰과 환경부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피해자 구제 입법을 저지하려고 논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편 두 업체는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8년 만에 피해자와 가족에게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으나 재판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피해 지원 또는 보상ㆍ배상 대책이나 각종 불법ㆍ위법 행위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모호한 답변을 반복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가습기살균제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27일 서울시청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어 SK케미칼ㆍ애경산업 전ㆍ현직 관련자와 공정거래위원회, 환경부 등 정부 전ㆍ현직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조ㆍ판매 과정의 잘못과 제품 안전성 부실 점검, 후속조치 문제점 등에 대해 물었다.
특조위는 이날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협의체를 구성해 공정거래위원회 형사고발사건과 환경부의 위해성 실험 대응 방안, 가습기특별법 개정 저지를 위한 로비 등을 논의한 기업 내부 회의록을 공개했다. 특조위에 따르면 두 회사의 전무가 포함된 협의체는 2017년부터 최소 두 차례에 걸쳐 만나 검찰과 공정위, 환경부의 내부문건과 동향을 파악하며 의견을 나눴다.
당시 공정위가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을 한 사건에 대해서는 “살인죄 등 명백히 죄가 성립되지 않는 죄책은 무혐의로 종결하고, 나머지 부분은 환경부 실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로 처리할 예정”이라는 모니터링 내용을 공유했다. 환경부의 건강위해성 실험에 대해서도 “85배 농도까지는 폐 손상 증세 나타나지 않고 100배로 올리니 특정 증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쥐가 사망했다고 함”이라고 말할 만큼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선 “개정안 통과 저지 작업은 상임위가 (2017년) 11월 2, 3주차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미리 움직이기보다는 11월 첫 주에 대응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야당 측 의원 등에게 적어도 올해 안에는 법률이 통과되지 않도록 지연시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주고””일부 보수매체 선정해 개정안에 대한 비판 기사 보도될 수 있게 조치”등 정계와 언론 로비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들이 입법을 막으려 했던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에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조위는 두 회사의 협의체가 2017년 11월 1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증거 인멸에 공모한 정황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기업의 관련 증인들은 이에 대해 모두 부인하거나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최 부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제조 기업에 취업한 전직 공정위 직원과 당시 공정위 관계자들이 유착 관계에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성하 전 공정위 상임위원은 “대등한 조사를 위해 공개적으로 만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정위 내부 비리를 폭로한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비공식 불법 관행이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최태원 SK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이사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사과를 할 의향이 있냐”는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의 질문에 피해 가족이 모인 방청석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인 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한 피해자와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전한다”며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차남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대표이사)도 피해자와 가족에게 고개를 숙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지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구체적인 피해 배상ㆍ보상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며 재판 결과에 따른 대응을 하겠다고 말해 최 부위원장으로부터 “옆구리 찔러 받은 사과”,“조건부 사과”라는 지적을 받았다. 증인출석 요청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은 나오지 않았다.
청문회장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도 참석했다. 인공호흡기를 단 부인과 함께 청문회장에 나온 김태종씨는 “아내가 처음 병원에서 진단받을 때는 폐가 40%만 남아있다고 했는데 현재는 13%만 남아 있어 인공호흡기 없이는 1분도 숨을 쉴 수가 없다”며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고 따졌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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