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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 “문 대통령, 대일 비난 자제하고 외교적 해결 초점”

입력
2019.08.15 18:10
수정
2019.08.15 22: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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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 평가… AFP통신“문 대통령, 과열 분위기 식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천안=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천안=청와대 사진공동취재단

일본을 포함한 해외 언론들은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일본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점에 주목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로 촉발된 한일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도가 담겨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측의 진전된 제안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NHK는 이날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수출관리 강화를 둘러싸고 일본 측에 대화와 협력을 거론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에 대한 비난의 톤을 억제하고 양국 간 협의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서두르고 싶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역대 대통령들의 경축사에 비해 강제동원, 위안부 등 역사 인식 문제에서는 직접적인 일본 비판을 피했다”며 “일본 측과의 관계 개선을 호소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문 대통령이 일본과의 대화와 협력 자세를 내세운 것은 더 이상 대립이 격화하는 것을 피하고 싶은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고위 관리로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희망하는 의견이 잇따른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수출관리 강화를 둘러싸고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염두에 두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호소했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라는 표현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일본이 취한 조치를 비판했다”면서도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고 전했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진전된 제안이 관계 개선의 열쇠라는 인식도 보였다.

교도(共同)통신은 “일본 정부는 향후 한국 측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라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관련해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할지 주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産經)신문은 “한일관계가 악화일로이고 한국에서도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관계 개선을 모색하려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대법원 판결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여를 거부하고 있어 근본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은 어둡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뉴욕타임스(NYT)와 AFP통신, 블룸버그 통신 등도 문 대통령이 일본에 비판 수위를 낮추고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NYT는 “미국의 아시아의 두 핵심 동맹국 간 대립이 이어진 뒤 문 대통령이 일본을 달래는 언급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에 NYT는 한일 양국이 무역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냈다고 해석했다. AFP 통신은 “문 대통령이 일본을 향해 올리브 가지를 흔들었다”고 비유하고, “한국이 일본과 기꺼이 협력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과열된 분위기를 식히려 나섰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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