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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한 뒷배’ 트럼프 향해… 아베, 끊임 없는 밀착

입력
2019.08.06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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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첨 외교’ 비판 아랑곳 않고 정상회담 12번ㆍ회동 5번

트럼프는 日에 무기구매 압박 등 친분 과시하면서도 이익 챙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6월 28일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6월 28일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에 앞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악수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승리해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뉴욕의 트럼프 타워를 찾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외국 정상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일주일만이었고, 당선 선물로 들고 간 것은 골프채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듬해 공식 취임한 후 아시아 국가 정상 중 가장 먼저 회담을 가진 이도 아베 총리다. 첫 정상회담 후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27홀 골프 라운딩도 즐겼다. 미일간 ‘골프 외교’의 밀월관계를 연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염치 불문하고 개인 친분을 쌓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때로 ‘아첨의 기술’ ‘트럼프의 푸들’ ‘조공외교’란 비아냥을 듣지만, 미일 정상간의 끈적끈적한 관계는 여러 기록에서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간 전화 통화는 30차례 이상이며 정상회담은 12번, 골프 회동은 5차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이 통화하고 가장 자주 만나고 가장 많이 골프 라운딩을 가진 외국 정상이 아베 총리인 것이다.

아베 총리는 올해 4월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 만찬까지 참석했다. 5,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로 예정돼 있었는데도 멜라니아 여사의 생일 축하를 위해 굳이 미국을 방문한 것이다.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세계 어떤 지도자도 일본 총리만큼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려고 시도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올 2월에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에 추천한 사실도 공개됐다.

두 정상의 밀월 관계는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때 절정을 이뤘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첫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전날인 5월 26일 골프 회동, 스모관람, 만찬 등 11시간 동안 삼시 세끼를 함께 하며 밀착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아베 총리의 극진한 대접이 일본 입장에서 실질적인 외교 성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북 압박 방침과 달리 북한과의 협상에 주력하면서 일본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또 일본에 무기 구매 및 대미 투자를 압박해왔던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미일 무역 협상 등에서도 상당한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높다. 정상간 친분을 과시하면서도 통상이나 방위비 문제에선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외교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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