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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 “학생들은 늘 힘들고 지쳐야 해? 우리 사회는 그걸 훈장처럼…”

입력
2019.08.06 04:40
23면

 <16> 정신 건강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2019-08-05(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2019-08-05(한국일보)

“평소 우울증을 앓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최근 자주 들려오는 뉴스입니다. 한국 사회의 정신 건강을 이야기하기 위해 모여 앉은 본보 인턴기자들은 “이런 뉴스에 점점 무뎌질까봐 두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을 13년째 갖고 있었고 지금도 2위입니다. 한국 사회의 ‘마음의 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며 개선을 위해 당장 무엇부터 달라져야 할까요. 밀레니얼이 솔직한 속내를 지금부터 들려드립니다.

 ◇ 청소년기부터 과도한 경쟁에 노출되며 ‘마음의 병’ 쉽게 키워 

벡터맨이글=마음의 병은 사회가 만든 병이라고 생각해. 개인적 사건 때문에 트라우마를 얻는 경우도 분명 있겠지만, 우리 청년세대의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릴 때부터 학습한 경쟁과 줄 세우기에 있어. 초등학교 때부터 학습해. 선생님이 시험 잘 본 애들만 따로 불러서 잘했다고 칭찬하는 게 대표적이지. 어릴 때부터 이런 걸 학습하다 보니 계속 “나도 잘 해야지, 잘 해야지…”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 같아. 문제는 “잘 했어”라는 칭찬을 공부 잘하는 애에게만 한다는 거야. 백 점 맞은 애한테만 “잘 했어”라 칭찬해주지 말고, 길가다 쓰레기 주운 애한테도 “잘 했다”고 말해준다면 어떨까. 그 아이가 잘 하는 일, 그 아이만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칭찬해주는 거야.

우리형 노쇼=좋은 제안이야. “잘 했다”의 반대가 “못 했다”라고 인식하게 해서는 안 돼. 대신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해주면 어떨까. 덴마크에선 학생이 특정 과목을 잘한다고 해서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칭찬을 하며 띄워주는 행동을 절대 하지 않는대. 대신에 옆 친구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말한대. 혹시라도 누군가가 열등감에 휩싸여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해서야. 우리 교실에도 이젠 이런 풍경이 필요해.

맨고고=한국에 와서야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게 됐어. 베트남에선 정신 질환을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거든. 개인적 문제라고만 생각해. 한국은 워낙 우울증 환자가 많으니 그게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 한국에서 학교 생활을 해보니 한국은 남의 시선 의식하고 스트레스 받는 거 너무 심하다는 거 느꼈어. 학점 경쟁도 심해. 상대 평가는 너무 불합리한 제도야. 불필요한 수준까지 경쟁을 유발해.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심해. 베트남은 한국과 다르게 절대평가야. 친구 답안과는 상관없이 교수님이 내건 기준만 넘으면 되니까 스트레스가 훨씬 덜 했어.

오소리=중고등학생 때부터 어떤 상태가 건강한 상태고, 그렇지 않은 상태인지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어야 해. 하지만 아직 많은 학생들은 힘들고 지친 상태를 당연한 상태라고 받아들이도록 강요 받고 있어. ‘고3이니까 당연히 피곤하지, 당연히 배가 아프지’, 몸이 안 좋다고 하면 어른들에게서 위로는커녕 이런 말이 돌아왔어. 그러다 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어디까지 참아야 되는 건지, 얼마나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어. 나는 너무 우울하고 힘든데, 남들 눈에 내가 괜찮아 보이면 괜한 엄살을 부리는 걸로 보일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지. 그렇게 계속 참다가 이러는 나 스스로가 싫어지고 행복한 순간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 결국 병원을 찾았어. 내 주위에 병원을 다니는 사람들도 다들 이런 한 순간의 계기가 있었다고 하더라.

벡터맨이글=맞아. 고3 땐 애들이 집단적으로 우울하니까 얼굴이 살짝만 밝아도 비정상적인 애로 봐. “고3이 얼굴 너무 좋아 보이네. 고3 맞아?” “공부 안 하고 노니까 얼굴이 그렇게 폈구나”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 대신에 “오늘 12시간 공부했어요. 힘들어요”라고 말하면 “우와! 대단하구나”라고 칭찬을 해. 잠 못 자고 초췌한, 힘든 상태를 계속해서 권장하는 거지. 한국 사회에서는 자신을 지나치게 괴롭히며 고생하는 게 마치 훈장처럼 여겨지는 거 같아.

우리형 노쇼=우리 사회는 인고와 인내라는 가치를 지나치게 신성시해. 정신적 고통을 무조건 참고 버틴다고 능사가 아닌데 말이야. 특히 ‘남자는 울면 안 된다’는 말처럼 ‘고통을 참을 줄 알아야 미덕’이란 생각이 절대 명제처럼 여겨져. 난 나름 감수성이 풍부한 편이야. 중학교 때 영화 ‘국가대표’를 보면서 운 적도 있어. 하지만 사춘기 때, 그 폭풍 같은 시절 이후로는 울어본 적이 없어. 막상 울고 싶어도 어떻게 우는지를 모르겠더라고. ‘울음을 참아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아.

레모나=감정은 전염성이 강해.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야.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라는 책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명문고등학교에서 6년간 아홉 명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대. 그 책은 성공 신화로 가득한 공동체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더 강력하게 전염되고 있다고 말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야. 청소년 평균 학습시간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야. 청소년들은 경제 사회적 권리가 제한되기 때문에 보호자의 의지가 아닌 이상 스스로 병원을 찾고 도움을 받는 것에 제약을 많이 받아. 청소년 때부터 마음의 병을 키우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봐.

 ◇‘우울 사회’ 뒤에는 끝없는 ‘시험 사회’ 

오소리=한국 사회는 ‘한 방 사회’야. 시험 ‘한 방’에 목숨을 거는 문화가 사람들의 우울증과 불안에 기여한다고 생각해. 대입도, 취업도 시험ㆍ면접 한 번에 모든 것이 결정되니까 그 기회를 놓치면 쉽게 좌절할 수 밖에 없어. 장강명의 책 ‘당선, 합격, 계급’ 역시 한국에 널리 퍼진 ‘시험’ 이라는 등용문 제도를 비판해. 시험이라는 제도는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기에 불완전하지만 취업이나 입시에 있어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쉽게 택하기 어려운 분위기에서 사람들은 한 번의 시험에 사활을 걸지. 대표적인 게 수능이야. 10년 동안 공부했지만 하루 만에 내 인생이 결정되지. 또 정형화된 논술, 작문 등의 시험을 통해 기자, 언론인을 뽑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몇 되지 않는다고 들었어. 물론 시험이라는 제도 자체가 나쁘기만 하다는 건 아냐. 비용이 낮고 비교적 절차적 공정성이 보장되는 제도지. 하지만 대학을 가지 않으면 인생이 망하고, 큰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패배자로 치부되는 사회에서 시험은 한국인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야. 10년 동안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면 뭐라도 된다고 세뇌하는 사회에서 정작 시험에서 낙오되고 좌절하는 사람들을 책임져주는 이는 없지.

전설의 용자다간=하나의 길 외에 다른 길은 없다고 여기게 하니까 문제야. “너는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만 하고, 이걸 못하면 네 인생엔 아무것도 없어.” 시험을 못 쳐도 “다른 걸 해볼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볼 겨를을 주지 않아. 시험 망하면 세상이 무너져버린다는 그 생각은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주입하는 거야. 이 거대한 우울 사회 뒤엔 경쟁 사회, 그리고 뭐든 등수 매겨 줄 세우는 문화가 있어. 대열에서 낙오되거나 뒤로 밀려난 이들에게 패배자라는 낙인을 너무도 당연하게 찍어왔어.

 ◇ 편견과 진료비 탓에 여전히 높은 심리상담소 문턱 

오소리=우리 세대는 스스로의 우울감과 불안에 대해 가까운 사람들과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인 거 같아. 그런데 아직 기성세대 사이에는 마음이 아픈 사람을 쉽게 ‘나약하다’고 생각해버리는 문화가 퍼져 있어서 스스로의 정신상태에 대한 내밀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것 같아. 근데 내가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가서 놀랐던 건, 실제로는 중년층 환자들이 엄청 많다는 거야. 그분들은 아파도 참고 안 갈 거라 생각해서 의외였어. 세대를 떠나서 병원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더라고. 이걸 보면 세대를 불문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은데 그 문제를 타인과 어디까지 공유하느냐에 따라 세대 별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아.

레모나=주변에 상사의 괴롭힘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힘들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둔 친구가 있어. 그런데 우리 부모님께 그 소식을 전하니까 “그 친구가 마음이 너무 약해서 그래”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시는 거야. 실망보단 놀라움이 컸어. 어쩜 그렇게 쉽게 말할 수가 있는 건가 싶어서. 마음의 병을 바라보는 인식이 세대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걸 그때 실감했지.

전설의 용자다간=정신의학과와 심리 상담소의 문턱이 지금보다 더 낮아져야 해. 먼저 가격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어. 정신의학과는 초진 가격이 3만원선이야. 그 다음엔 치료 한 회당 1만원 정도인데, 약을 처방해줘. 사설 상담소는 기본이 10만원대야. 왜 이렇게 비싼가 했더니 보험 적용이 안 돼서 그런 거더라. 정신 건강이 전 사회적으로 문제인데도,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상담서비스는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우리와는 다르게 영국, 독일, 미국에서는 심리상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대. 그래서인지 국민들이 상담서비스를 활발하게 찾는대.

오소리=정신과 처방약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들었으면 좋겠어. 나도 처음에 정신과 약을 복용할 때 약이 내 몸에 너무 큰 변화를 줄까봐 무서웠어. 그런데 막상 진단을 받아보니 내 몸 상태에 맞춰 약을 계속해서 바꿔나가더라고. 물론 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건 절대 아냐. 하지만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서 나와 맞는 약을 처방 받는다면 큰 부작용 없이 정신이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서서히 줄여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전설의 용자다간=직장마다 심리 상담소를 하나씩 갖추고 있어야 해. 몸 아프면 가는 의무실이 있듯이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있어야지. 가볍게 찾아가서 상담할 수 있는 공간 말이야. 작은 걸 털어놓는 건 큰 부담이 없잖아. 그렇지만 그걸 털어놓지 못해서 그게 쌓이고 쌓여서 결국 극단적 결과로 이어지는 거라 생각해. 정기 건강검진 받듯이 주기적으로 상담하면서 중병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해. 아픈 몸이 치료받아야 한다는 건 보편적 건강권의 일부라는 사회적 인식은 있어. 하지만 정신 건강도 건강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은 아직 덜한 것 같아.

우리형 노쇼=심리상담 서비스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것도 중요해. 심리상담사가 환자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친밀감을 쌓아가며 라포(신뢰관계)를 먼저 형성해야 해.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심리치료 코스가 필요해. 자질이 부족한 상담사는 도리어 환자를 힘들게 할 수 있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상담사 자격증 취득 과정도 보다 체계적으로 갖춰질 필요가 있어.

벡터맨이글=심리 상담사들의 노동환경도 안정돼야 해. 마음이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고도의 감정 노동이야. 그러니 그들에게도 당연히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야 해. 정규직으로 안정적 업무 환경을 제공해야 하는 건 당연해. 심리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수가 많은 만큼 상담사의 인력 수 자체도 늘려야겠지.

 ◇ 다음 세대에게는 ‘마음의 병’ 없는 사회 물려주고파 

전설의 용자다간=어릴 때부터 “공부를 못해도 다양한 삶이 있다”라고 말해주고 안심시켜주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 ‘합격 아니면 취업 불가’, ‘모 아니면 도’와 같은 극단적 선택지를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바꾸는 게 시작이야. 동시에 제도적 변화도 있어야 하겠지. 복지제도를 통한 안전망이 확충되어야 해. 그래야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 만일 어떤 학생이 다른 과목은 몰라도 문학 쪽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면 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끌어줄 수도 있는 거잖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워낙 수능 공부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이다 보니 선생님도 그러기가 어려운 것 같아. 정치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들이 선생님한테 청소년 정치 참여에 대해 물어봐도 대답을 잘 안 해준대. 이유는 책임 지기 싫어서야. 부모들한테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이야. “우리 애 공부해야 되는데 학교에서 쓸데없이 뭘 가르치는 거야?”라고 말이야. 제도와 인식이 함께 바뀌어가면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거야.

오소리=프랑스를 학벌주의가 없는 평등한 사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프랑스도 학벌ㆍ계급에서 자유롭지 않아. 그랑제콜, 국립행정학교(E.N.A.) 같은 엘리트 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은 한국만큼 치열해. 마치 진정한 철학적 사유를 평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칼로레아 시험도 모범 답안이 존재한대. 하지만 우리 나라와 다른 점은 대학이 아닌 다른 길이 학생들의 진로 선택지에 있다는 거야. 명문 대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인생의 길이 있다는 걸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거지. 하지만 우린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기가 어려워. 명문대, 대기업… 오직 하나의 길만이 답이라는 사회적 압박과 끝내 그 답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 이게 개인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

전설의 용자다간=하나의 진로를 정해서 최선을 다해 몰두해도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어. 그렇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야지. 독일은 다수의 교육 기관이 학비가 무료거나 싸서 학사를 여러 개 딴 사람들이 많대. 결혼을 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가 다 컸을 때에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거야. 이렇게 언제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교육, 탄탄한 사회 복지 제도가 필요해.

레모나=시작은 결국 가벼운 대화야. 감추지 않고 이야기 나누는 것. 어린 시절부터 그런 환경이 형성되어야 해. 부모와 어린 아이들의 대화부터 공부가 아닌 아이의 행복에 초점이 맞춰져야 해. “이번 시험 몇 점이야. 오늘 학원은 왜 안 갔어? 학원 왜 여길 안가고 저길 간다는 거야?”가 아니라, “뭐 먹고 싶어?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데 없어?”가 대화의 기본 베이스가 되어야 해. 중고등학교에서도 선생님과 대화하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난 중고등학생 때 성적 상담 이외엔 상담을 해본 기억이 없어.

벡터맨이글=상담소를 찾기 전에 주위에서 의지할만한 어른을 먼저 만나면 너무 좋을 거 같아. 터놓고 이야기하면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주는 어른. 사실 상담소에 가도 특별하게 하는 일은 없어. 내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위로 받는 거지. 하지만 주변에서 그런 어른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더라.

우리형 노쇼=나는 대학에 와서 그런 어른을 만났어. 교양으로 들었던 심리학 수업 교수님이셨어. 내 은사님이시지. 정신분석학을 전공하신 분이셨는데, 일대일로 상담해주시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 “손에 쥘 수 없는 일이라면 집착하지 말고 흘려 보내라, 놓는 연습을 해라”라고 말이야. 고등학교 때부터 힘든 대인관계에서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고, 대학 진학한 후에도 계속 혼자 고민했었는데 속내를 그분께 털어놓으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많이 풀렸던 거 같아.

오소리=고등학교 때 듣던 인터넷강의 강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 “여러분 나중에 원하지 않은 대학 갔을 때 이런 생각하지 않겠어요? ‘내가 왜 이런 질 낮은 애들과 학교를 다녀야 하지?’” 서열 낮은 대학 가는 사람들은 질이 낮은 사람인 건가 싶어서 충격적이었어. 사교육 강사 선생님들이 강의 도중에 공부 의욕 자극이랍시고 하던 발언엔 이렇게 성적 비관을 부추기는 말이 많았어. 학생들이 그런 발언을 하는 강의를 매일 듣다 보면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내재화하지 않을까. 내가 어렸을 때 유일하게 존경하던 선생님이었던 한 분은 달랐어. 입시 공부하던 당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었던 분이었어. 수능이 끝나고 선생님께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책에 ‘네가 올해 어떤 대학에 가든지 너는 내게 최고의 학생이었다’라는 쪽지를 써서 선물해주셨어. 무척 감동받았던 기억이 나. 위로 받을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큰 위로가 됐던 몇 안 되는 경험이었어. 우리가 어렸을 때 이런 말을 들려주는 어른들이 많았더라면, 지금 우리의 마음가짐이 달라져있지 않았을까.

전설의 용자다간=우리 90년대생들도 이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어. 사회 일원으로서 다음 세대에게는 이런 사회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해. 우리 세대가 앞장 서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해. 앞에서 교육제도에 대해 지적을 많이 하긴 했지만, 사실 교육 제도는 한번에 뒤바꾸기는 어려워. 대신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해나가면 어떨까. 우리가 먼저 아래 세대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사회가 정해준 선택지에 네가 한 선택이 없더라도 괜찮다. 네가 무슨 선택을 하든 나는 널 응원한다”라고.

정리=홍윤지 인턴기자

참여=임태형, 정영인, 정예진, 최한솔, 홍윤지, 화이투 인턴기자

 

 ※기성세대는 ‘나약한 세대’라 손가락질하지만 스스로 ‘누구도 개척하지 않은 길을 가는 세대’라 부르며 뿌듯해 하죠.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 부모 세대가 경험하지 않은 앞날을 마주해 비장하면서도 유쾌한 이들. 우리가 어렴풋이 떠올리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ㆍ198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이미지가 아닐까요. 한국일보는 밀레니얼 세대가 지닌 잠재력, 그들이 미처 어필하지 못한 속내를 이해하고자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본보 인턴기자들의 방담(放談) ‘밀레니얼의 수다, 솔ㆍ까ㆍ말’을 연재(매주 화요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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