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싸움에 베트남 등 터질라’ 베트남 속앓이

입력
2019.07.31 16:18
베트남이 한일 갈등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AFEF 캡처

무역 규제와 불매운동 등으로 심화하고 있는 한일 갈등에 베트남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자국 경제성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한국 배제가 현실화할 경우 베트남도 받을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와 관계가 깊은 한 소식통은 31일 “베트남이 차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의장국이고, 한일 양국과 모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만큼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운신이 쉽지 않다”라며 “그냥 지켜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의 대 베트남 투자규모는 지난 6월말 누적 기준 각각 645억달러(약 76조원), 579억달러(약 68조원)로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 소식통은 “삼성전자가 베트남 수출 4분의 1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타격은 곧 베트남 경제에 직격탄이 된다”며 원만한 사태 마무리를 바라는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관계자는 “당장은 별다른 피해가 없지만 휴대폰, 백색가전 등 베트남 내 생산 제품들이 대부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베트남 사업장도 영향권에 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삼성전자의 지난해 수출액은 600억달러(약 71조원)로, 이는 베트남 전체 수출(2,435억달러)의 24.6%에 해당한다.

한일 무역 갈등에 베트남 현지 언론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일동안 90여건의 관련 기사가 보도됐다. CAFEF 캡처


한일 갈등 예의주시 분위기는 현지 언론 보도에서도 확연하다. 지난 11일 ‘아이폰, 한일 갈등으로 중국산 디스플레이 사용할지도’ 제하의 관련 기사가 처음으로 보도된 뒤 31일 오전까지 현지 언론들은 90여건의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대부분 사실 전달 중심이긴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 기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수준이다.

베트남 전문가들도 한일 무역 갈등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베트남 중앙경제관리연구원의 응우옌 안 즈엉 연구부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 장기화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컴퓨터 등 완제품과 부품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베트남의 수출입에 곧바로 영향을 준다”라며 ”미중 무역전쟁보다 한일 갈등이 베트남에 더 빠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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