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주한美대사 “미국이 한일관계 중재?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입력
2019.07.12 21:34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세명컴퓨터고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연합뉴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2일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확전된 한일 갈등과 관련해 “지금은 미국 정부가 한일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윤 의원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이렇게 언급했다. 해리스 대사는 윤 의원에게 “지금은 미국이 두 나라 관계에 개입할 때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한 뒤 “한국과 일본은 모두 성숙한 국가인 만큼 각자 정부면 정부, 의회면 의회, 비즈니스면 비즈니스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워싱턴에 급파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미국 측에 한일 간 중재역을 해 줄 것을 에둘러 요청 중인 데 대해 일단은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윤 의원은 “해리스 대사에게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평화, 경제 발전에 좋지 않고 미국의 국익에도 반한다’고 말했다”며 “여야 모든 의원이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원한다고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1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해를 표명했다고 하는데 이는 외교적 멘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날 외교부는 아프리카 순방 중인 강 장관이 10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해 일본의 행보가 한·미·일 3국 협력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이해한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발표했으나, 이날 해리스 대사의 완고한 자세로 볼 때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 편에 선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이 직접적인 중재자보다는 한미일 협력을 촉진하는 수준의 역할을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아직 미국의 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방문 후 16~18일 방한할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역시 “중재에 나설 예정은 없다”고 이날 전한 바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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