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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속의 여론> 대중매체 통해 부정적 정보 취득… “조현병 환자, 범죄 저지를 확률 높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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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조현병 사건, 커지는 사회적 불안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나 범죄가 잇따르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사건 발생 전까지 본인의 증상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거나 치료 중단으로 증상이 악화된 상태로 방치된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드러나며 정신질환자 보호 및 관리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조현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살펴보고, 정신질환자의 보호 및 관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봤다. 5월31일부터 6월 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웹 서베이를 실시했다.
조현병에 대한 이해 수준: 초보적
최근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는 조현병의 경우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다 ‘사회적 편견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2011년 조현병으로 개정됐다. 우리는 ‘조현병’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우선 조현병은 물론 우울증, 공황장애, 조울증, 강박장애 등 널리 알려진 주요 정신질환 각각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5대 대표 정신질환 중엔 우울증이 ‘어느 정도 이상 알고 있다(자세히+어느 정도)’가 92%로 가장 높았다. 공황장애가 75%로 두 번째로 높았고, 조현병은(68%)은 조울증(69%), 강박장애(65%)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체적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높은 듯 보이지만, 각 질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다’는 응답은 우울증에 대해서만 21%수준이었고, 대부분은 10% 전후에 불과했다.(그림1)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
① 치료효과 불신: ‘조기치료/약물치료 효과 의문’ 40%
명칭 개명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현병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가 불식되고 있지 않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조현병과 관련해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주관식으로 물어본 결과 ‘살인사건’, ‘묻지마 폭행’ 등 최근 보도된 강력 사건들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림2) 조현병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소량의 치료제만 복용해도 증상이 완전히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고 ‘꾸준한 약물 치료로 나을 수 있는 질환’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60% 수준이었다. 열 명 중 네 명은 치료 효과에 의문을 품는 셈이다.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특별히 더 폭력적이지 않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혼자 있고 싶어하며 다른 사람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받아들이는 비율(사실+사실에 가까운 편)이 40%에 불과했다.
② 치료받아도 정상생활 어렵다는 인식 팽배
조현병 환자에 대한 편견은 주로 그 폭력성과 치료 효과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조현병 환자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한 편이다’는 진술에 대해 동의한다(매우 동의+대체로 동의)고 응답한 비율이 87%였다. ‘조현병 환자는 공격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한다’(78%),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73%)는 편견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그 결과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45%)는 ‘조현병 환자는 치료 후에도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 것이다’고 생각했다.
편견의 결과: 사회적 격리 여론, 힘들어도 혼자 끙끙
① 조현병 환자에 대한 사회적 배제: “친구 될 수 있다” 34%
정상적인 사회생활 가능 여부에 대한 편견과 폭력성에 대한 오해는 조현병 치료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사회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경향을 낳고 있다. ‘조현병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을 이웃 주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37%, ‘조현병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응답은 34%로 낮았다. 실제로 정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은 조현병 병력이 있는 사람을 공동체의 일원(친구, 동료, 이웃)으로 포용하는 비율이 18~21%에 그쳤지만,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일수록 포용하는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
② 중증정신질환자 강제입원 허용 72%
조현병과 같은 중증정신질환자를 신속하게 치료하고 환자 본인과 사회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강제입원 제도는 환자의 인권 침해와 가족 다툼에 악용되는 사례 등으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여론은 중증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에 대해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72%로 압도적이었고,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했다.(그림3) 연령이 높을수록 강제입원을 허용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이 높았고, 19~29세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강제입원을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③ 정신건강 이상 경험자의 18%만 상담/치료 경험
심각한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정서불안 등 각종 생활 속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는 응답자 562명에게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냐고 질문한 결과, 18%만이 상담이나 치료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82%(462명)는 정신건강에 이상을 느껴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그림4) 상담 및 치료를 받지 않은 응답자 460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 ‘치료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아서’ 44%, ‘스스로 고쳐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36%, ‘비용 부담 때문에’ 8% 순이었다. 상담과 치료여부를 자의적인 자기진단에 따르거나 자기 혼자 해결할 문제로 볼 경우 조기 대응의 기회를 스스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를 키우는 요인
① 대중매체의 부정적 이미지 재생산
국민들은 조현병에 대한 정보를 주로 ‘TV,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73%)’를 통해 취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등’ 온라인 매체를 꼽은 응답이 9%,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를 꼽은 응답은 5%였다. ‘주변에 조현병 환자’가 있거나 ‘조현병 환자를 직접 만나본 경험’을 꼽은 응답은 각각 4%씩이었다. 미디어 보도는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정확한 정보 제공보다 극단적인 사건ㆍ사고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보도 관행이 조현병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격리 여론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그림5)
②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 분위기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차별의 분위기도 문제를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신체기능장애(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동안 그들의 친구, 이웃 등 주변으로부터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6%, ‘존중받지 못하는 편이다’는 응답이 62%였다. 정신질환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 분위기는 더욱 냉담하다고 인식되고 있다.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는 응답이 18%, ‘존중받지 못하는 편이다’는 응답이 65%로, 부정적 응답이 83%나 됐다.
③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부족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복지 인프라에 대해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정신건강검진, 치료 및 재활시설, 정신건강 전문인력, 정신질환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 등의 모든 영역에 걸쳐 ‘부족하다(매우 부족+부족한 편)’는 응답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부족하다(매우 부족+부족한 편)’는 응답이 88%로 가장 높았고, 이 중 ‘매우 부족하다’는 응답은 절반 가까이인 49%로 나타났다. (그림6)
조현병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치료 거부율이 높은 대표적인 질환이다. 높은 치료 거부율은 다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배제와 격리 여론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조사결과는 조현병이 정상적인 일상생활과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 전환의 시급성을 일깨우고 있다. 동시에 중증정신질환 환자들이 중단 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의료체계의 확충과 함께 전문가의 진단 없이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보호하는 시스템의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홍세정(한국리서치 여론본부 선임연구원)
정한울(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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