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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환 “지금까지 ‘청년’은 소비되기만…진지한 정책적 접근 필요”

입력
2019.07.15 17:41
수정
2019.07.1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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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젊은 정치] 릴레이 인터뷰 <8>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 ‘스타트업! 젊은 정치’는 한국일보 창간 65년을 맞아 청년과 정치 신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여의도 풍토를 집중조명하고, 젊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는 기득권 정치인 중심의 국회를 바로 보기 위한 기획 시리즈입니다. 전체 시리즈는 한국일보 홈페이지(www.hankookilbo.com)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아직도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이 청년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시각이 만연하다”며 “올해 하반기가 현 정부 청년정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 일갈했다.
엄창환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아직도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이 청년을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시각이 만연하다”며 “올해 하반기가 현 정부 청년정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 일갈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쑥스럽죠. 그런데 그 땐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요.”

대통령 앞에 선 35세 청년이 눈물을 흘렸다. 각계의 이야기를 들기 위해 청와대가 지난 4월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을 초청한 자리에서였다. “정권이 바뀌고 청년들은 큰 기대를 했다”는 말로 운을 뗀 엄창환(35)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아직까지 정부가 청년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은 단편적”이라며 비판하다가 감정이 북받쳐올라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부산에서 커뮤니티 하우스 ‘심오한 집’을 운영하면서, 청년이 직면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다.

청년의 눈물은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청년단체 대표로 나선 자리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점에 ‘연약하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지금 청년들이 놓인 처지가 얼마나 막막하면 공식 석상에서 그랬겠느냐’는 공감 또한 적지 않았다. “(청년 정책에 대해선) 담당 비서관도, 담당 부서도 없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해들을 길이 없다”던 그의 호소가 통한 걸까. 청와대는 여선웅 초대 청년소통정책관을 지난달 17일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정책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청년미래연석회의를 지난달 19일 출범시켰고, 엄 대표 역시 외부 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인터뷰는 연석회의 출범에 앞선 5월 6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이뤄졌으나, 엄 대표가 외부 위원으로 위촉된 후 유선으로 인터뷰를 한 차례 더 진행했다.

◇ 이하 일문일답

-대통령 앞에서의 눈물이 화제였다

“지금까지 청년기본법 제정을 위한 활동이나, 그간 청년 정책에 대한 여러 제안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는데 담당 위원회나 부서, 채널이 없다 보니 묵묵부답인 상황이 반복돼왔죠. 이를 이야기하려던 찰나, 생계 유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사회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여러 지역의 청년이 떠올라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답답한 마음이 컸겠다.

“우리 사회는 ‘청년’을 소비하면서도 정작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접근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청년’이라는 단어는 어떤 때엔 비정규직으로, 또 다른 때에는 젠더 문제로 끊임없이 때에 맞춰 소비되고 회자되지만, 정작 그 누구도 이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아 진단만 난무하는 상황이에요. 때때로 ‘약자’로 비춰지기도 하고, ‘혁신의 주체’로 추켜 세워지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 청년이라는 한 세대를 끊임없이 대상화하고 타자화하는 것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어요.”

-최근 민주당의 청년미래연석회의 외부 위원으로 위촉됐는데.

“올해 하반기는 현 정부 청년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입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최근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여야 할 것 없이 ‘청년기본법’ 제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때 마침 청년 정책 도입을 위한 정부의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만나 온 여러 청년들의 경험, 활동, 고민을 (당정청에) 잘 전달하는 데에 제 역할이 있는 거겠죠.”

-지역에서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소개를 한다면.

“2015년 부산 영도구에 ‘심오한 집’과 ‘심오한 연구소’라는 공간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어요. 청년들은 본인이 태어나거나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얻은 곳이 아니면 다른 지역에 갈 일이 없는데, 특정 조건을 떠나 다양한 지역에서 사람을 만나고 탐색해보는 것이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했어요. 요즘 ‘낯선 곳에서 한달 살기’ 같은 프로그램이 많잖아요. 저희는 살아보는 데에서 시작해 직업까지 연결해 지역에서의 정착을 돕는 거죠.”

-전국적인 청년 정책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

“청년 이슈가 서울을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지역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이 많아요. 이런 친구들이 2015년부터 알음알음 모이다, 2017년 4월,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각 지역에서 청년으로 살면서 고민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에요. 예컨대 어떤 지역에서는 ‘청년기본조례’ 같은 것이 도입되는데 왜 우리 시는 그런 게 없나 고민하고 자문을 구하면서, 전국에 100명이 넘는 청년이 모이게 됐어요. 지금은 지역별 청년 의제를 아카이빙(수집)하거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청년 관련 입법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어떤 정치여야 하나?

“‘청년 건강권’을 가장 먼저 제도권으로 들여온 전북 전주시에서 좋은 선례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이나 4대보험 가입자가 아닌 장기 취업준비생, 자영업자 청년 등은 건강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걸 아시나요? 청년은 사회에서 일자리로 연결이 되어 있어야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었던 거죠. 2016년 전주시의회가 청년기본조례를 지정하면서 ‘청년 건강권’을 조례에 명시했고, 올해부터 국가 정책으로 확대돼 20~39세 비정규직과 대학생, 영세사업자 등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게 됐어요. 전주시 청년기본조례를 대표발의했던 시의원이 당시 30세였던 서난이 의원이에요. ‘여성’이면서, ‘청년’이라는 본인의 정체성이 굉장히 유효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청년의 일상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려면.

“결국 지방 의회 뿐 아니라, 국회 역시 시민이나 국민의 삶과 닮은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생물학적 나이’가 청년이라고 해서 청년 의제를 잘 다룬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국회의 1%(300명 중 3명) 의원만이 생물학적 청년으로 분류된다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지금 국회요? 우리 사회에서 1등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꽉 차 있잖아요. 학벌이 높거나, 돈이 많거나 하는 식으로 줄곧 ‘기득권’에 있었던 이들이 대부분인데 어떻게 시민들의 목소리에 깊게 공감하겠어요. 더 많은 청년이 국회에 들어가야 할 뿐 아니라, 노동자인 청년, 성소수자 청년, 여성 청년 등 국회에 다양한 얼굴이 필요한 까닭이죠.”

글ㆍ사진=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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