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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일본, 한국에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품 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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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다음달부터 한국에 대한 일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관련 업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 외교 갈등의 불똥이 경제 교류 관계로까지 본격적으로 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사실 관계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30일 일본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정책을 수정해 TV와 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부품으로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리지스트와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7월 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공식 발표는 7월 1일로 예정돼 있으며, 한 달 가량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8월 1일부터 새로운 제도를 운용한다는 게 보도 내용이다.
수출 규제가 시행될 경우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3개 품목에 대해서는 당장 계약별로 수출 허가를 얻어야 한다. 그 동안 한국에 대해서는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우대조치를 취해왔으나, 앞으로는 허가 신청과 심사까지는 9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일본은 첨단재료 등의 수출과 관련해 안전보장상 우호국으로 인정,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제도인 ‘백색 국가’ 대상에서도 한국을 제외키로 했다. 한국이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일본 업체들은 한국에 수출할 때 건별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국내 IT업계는 “3개 품목이 수입이 안 될 경우 보통 일이 아니다”라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중 분쟁이 미국의 화웨이 압박 완화로 한숨 돌리자 마자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보복 조치로 풀이하는 한편, 징용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한일 관계 개선에 한국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선다는 불만을 키워온 일본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항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일본의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생산량은 전 세계 비중 90%를 차지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회로에 빛을 쏘아 패턴을 새기는데, 리지스트는 빛을 인식하는 감광재다. 에칭가스는 빛을 쏘지 않는 부분을 깎아낼 때 사용돼 대체 소재가 없다면 반도체 공정 자체가 돌아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는 더욱 크다.
업계에서는 대체 거래선 확보, 대체 소재 발굴 등을 대책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성능이나 효율, 가격 등을 대신할 곳을 찾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다른 거래선을 찾는다 해도 소재 물질이 달라지면 공정 자체를 다시 수정해야 해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불소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 등을 강화한 폴리이미드(PI) 필름을 가리키는 말로, 공정에 따라 다양한 PI가 사용되기 때문에 현재로서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한 디스플레이 제조사 관계자는 “재료 하나 빠졌다고 요리를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일본이 PI에서 앞서가고 있어 영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지금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세계 반도체 생산량 1위인 한국 기업에 반도체 소재를 팔지 않을 경우 일본 기업도 크게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단순한 압박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일본으로부터 한국에 있는 2차 가공업체가 각자의 고객사 성능에 맞춰 가공해 국내 대기업들에게 납품한다”며 “대기업들과 가공업체들이 확보해 둔 재고가 있어 몇 개월 정도는 당장 타격이 없고, 이번 품목들이 완전 대체 불가능한 건 아니기 때문에 대체 거래선, 대체 물질을 찾아 타격을 최소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진위와 배경 파악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로부터 관련 조치를 한다는 방침을 통보 받은 적이 없다”며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부터)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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