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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G20 폐막… 공동성명에 ‘반 보호주의’ 빠져

입력
2019.06.2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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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에선 미국의 반대로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채택된 공동성명에선 미국의 반대로 '보호주의에 대항한다'는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29일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오사카 선언’으로 명명된 이번 공동성명에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체제의 중요성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른바 G20의 창립 정신인 ‘보호무역에 대항한다’는 문구는 지난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회의 때에 이어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의장국 정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폐회세션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급속한 변화와 각국의 대립에 따른 무역을 둘러싼 긴장 속에서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무역체제에 대한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G20는 2008년 ‘리먼 쇼크’에 따른 세계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들이 모여 출범한 후, 매년 ‘반(反) 보호무역주의’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지난해부터 미국의 반대로 해당 표현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라는 표현을 성과라고 강조했으나 이번 회의에서 일본이 미국을 의식하면서 조정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이번 회의에서도 미국을 제외한 19개 회원국 정상들은 ‘반 보호주의’표현을 공동성명에 넣을 것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이 관철된 만큼, 세계경제를 논의하는 다자주의 틀인 G20의 위상이 약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이날 오사카 G20회의를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수습을 위해 열렸던 빈 회의의 현대판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빈 회의는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는 표현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세션에서 의장국 정상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번 회의 기간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 속에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인텍스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막세션에서 의장국 정상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번 회의 기간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둘러싼 갈등 속에 한일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공동성명에는 일본 정부가 성과로 과시하기 위해 추진해 온 의제들이 다수 포함됐다.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유통과 관련한 국제 공통규칙을 논의하는 ‘오사카 트랙’ 창설에 합의했고,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과 관련해선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 ‘오사카 블루오션 비전’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감축 시한을 앞당기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일본 정부는 처음으로 감축을 위한 목표 시한을 발표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이 주장해 온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 강화를 목표로 한 개혁의 필요성도 포함됐다. 젠더 격차와 관련해서도 여성의 노동 참여와 교육 지원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관련해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의 필요성에 합의했지만, 탈퇴를 선언한 미국 측 입장이 여전히 병기됐다.

이번 회의에는 G20 회원국과 초청국, 국제기구 수장 등 총 37명이 참가했다. G20 정상회의 기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선 이날 개최된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로 인한 냉랭한 한일관계를 반영하듯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도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오사카=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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