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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강제징용 대안 내놓고 샌드위치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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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기업 출연금으로 위자료
日관방 “한국 제안 수용 못해”
한일 양국 기업의 자발적 기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마련하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을 일본이 하루 만인 20일 공식 거부했다. 국내 강제징용 피해자 단체도 정부 안을 비판, 정부는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정부는 당장은 이 제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일본과 추가 협의를 모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배상금 마련안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스가 장관은 “한국의 안은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일본이 지난달 요청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중재위원회 구성 안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것을 재차 촉구했다.
정부 제안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반응도 여전히 냉랭하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을 비롯한 피해자 측 소송 대리인단과 지원단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포괄적 해결을 위한 후속 협의 요청서를 21일 다시 한 번 미쓰비시중공업에 공식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와는 별도로 배상금 강제 집행을 위해 일본 기업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피해자 측의 대일 교섭 요청은 올해 1월, 2월에 이어 세 번째다.
우리 정부는 배상안을 철회 또는 폐기하지 않고 당분간 지켜 보겠다는 기류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피해자 고통의 실질적 치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필요성 등을 고려해 사안을 신중하게 다뤄오고 있다”며 “일본도 피해자들의 고통과 상처 치유, 그리고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신중하게 지혜를 모아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는 우리 안이 당사자들의 협의 과정에 따라 발전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듯하다”며 “이번 안을 기본으로 일본을 설득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잡하게 꼬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정부의 ‘의지’만으로 돌파하긴 쉽지 않다.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과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예고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안으로 분위기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지금 같은 대치가 이어질 경우 다음달 말쯤 일본이 ICJ 제소 카드를 꺼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우리 기업을 설득해 기금 마련 방안을 구체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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