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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팀닥터ㆍ조리사ㆍ영상담당… 새역사 일조한 ‘어둠의 자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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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한국시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이 끝난 뒤 폴란드 우치 스타디움 본부석 꼭대기 분석 테이블에선 긴 여정을 마친 김동기 전력강화실장과 서효원 연구팀장이 아쉬움이 짙은 듯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마지막 교신’을 마친 이들의 얼굴엔 피로가 짙게 묻어났다. 예상보다 대회 일정이 길어진 데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역할 또한 막중해져 자연히 긴장도 점점 커졌던 탓이다.
기술연구그룹(TSGㆍTechnical Study Group)을 맡아 대표팀을 지원한 이들은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의 경계인이었다. 매 경기 분석 테이블에 앉아 경기 다각도에서 찍은 영상을 들여다보고, 헤드셋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 돌아가는 얘기’를 코칭스태프와 공유했다. 카메라에 비친 우리 선수의 표정에서 묻어 나오는 컨디션 변화, 상대 전술변화, 심판 성향까지 파악해가며 코칭스태프의 ‘또 다른 눈’ 역할을 했다.
FIFA 주관 남자대회 사상 첫 준우승을 차지하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전한 이번 대회선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낸 지원스태프들의 역할도 컸다. 정 감독과 선수들이 ‘즐기는 축구’를 했다지만, 이들까지 대회를 즐겼다간 자칫 큰 오점이 남을 수 있다. 단 하나의 실수가 전력분석 차질이나 선수 컨디션, 혹은 선수단 사기 저하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실장은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되레 ”이런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며 웃어 보였다.
지원스태프들은 이제껏 대한축구협회 내에서 ‘어둠의 자식들’로 여겨져 왔다. 2002년 4강 신화 등 한국 축구 영광의 역사엔 언제나 이들이 함께했지만, 세상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만 주목할 뿐 그늘 진 곳에서 묵묵히 뒷바라지한 스태프들을 한 팀으로 바라보진 않는 데서 비롯된 자조적 표현이다. 이번에도 왕준호 팀 닥터를 비롯해, 김성진 성형호 조민우 의무트레이너, 신동일 조리사, 장진용 매니저, 박현성, 탁두산(영상담당), 곽동혁(사진담당), 신정훈(미디어담당)씨 등 10명이 넘는 어둠의 자식들이 대표팀을 물심양면 지원했다.
선수와 지도자들은 이번 성과의 과정에서 지원스태프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고 입을 모으며 그들을 치켜세웠다. 정정용(50)감독은 결승을 마친 뒤 “의무, 지원, TSG 등 스태프들을 많이 괴롭혔다”며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들 덕분”이라고 했다. 크로아티아 리그에서 뛰는 김현우(20ㆍ디나모 자그레브)도 4강을 마친 뒤 “조리장의 김치 요리 덕에 행복하고 즐겁게 대회를 치렀다”며 대회가 끝나가는 걸 아쉬워하기까지 했다.
우치(폴란드)=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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