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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잠수부 "할머니, 손녀 꽉 안은 채 경직… 그대로 옮겨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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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손녀를 꽉 껴안고 있었어요. 너무 꽉 안은 채로 경직돼 결국 할머니와 손녀의 시신을 함께 옮겨야 했습니다."
헝가리 재난대책본부 소속 잠수부 셀 노르벨트(42)는 14일(현지시간)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허블레아니호 인양 당시를 회상하며 안타까워 했다.
이날 인터뷰는 부다페스트 머르기트 섬 인근 부두에서 헝가리 한인회의 통역 자원봉사로 이뤄졌다. 올해로 잠수부 경력 15년째인 노르벨트는 허블레아니호 사고가 발생했을 때부터 인양될 때까지 쉬지 않고 수색과 시신 운구 작업을 도왔다고 한다. 지난 11일 허블레아니호를 인양할 때 발견된 시신 수습에도 참여했다.
헝가리 당국은 인양 당시 수색작업을 통해 총 4구의 시신을 발견했다. 헝가리인 선장을 비롯해 50대 한국인 여성, 30대 한국인 여성, 6세 한국인 여자 어린이다.
이 중 숨진 아이는 실종자 가운데 유일한 미성년자로 어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유람선에 탑승했다. 맞벌이를 하느라 바쁜 부모 대신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손에서 컸다. 이번 여행은 어머니가 딸을 돌봐주는 친정 부모님을 위한 '효도 관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탄 배보다 5배나 큰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유람선을 덮치면서 즐거웠던 여행은 마지막이 됐다. 허블레아니호는 7초만에 침몰했고, 할머니와 손녀는 미처 객실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할머니는 마지막 순간에도 손녀를 끌어안았다.
노르벨트는 "계단(시신 발견현장)에서 (시신을)데려오는 과정에서 둘이 떨어져야하는데 수면 위로 올린 후에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끝까지 손녀를 안고 있었다"며 "마지막 순간에 할머니가 손녀를 너무 꽉 끌어안았기 때문에 (경직이)안풀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견 장소 주변에 책상, 냉장고 등 집기들이 물이 역류하면서 할머니와 부딪혔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결속이)풀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르벨트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픈 기억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국 요원 4명이 시신에게 경례하는 것을 봤다"며 "너무 마음이 힘들어 그 순간 (시신에)감정을 대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수색 당시 다뉴브강에는 비가 많이 내린 직후라 수심, 유속 등 모든 면에서 잠수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는 "물 속은 시속 150㎞의 강풍을 맞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노르벨트는 "사고 첫날부터 들어가고 싶었지만(잠수 작전을 하고 싶었으나) 여건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시계도 제한돼)실제 물 속으로 들어가보면 허블레아니호의 (측면)계단 까지만 보이지 그 아래는 아무것도 안보였다"고 설명했다.
노르벨트와 함께 인터뷰한 콜로치 피터 재난대책본부 부대변인도 "사고 당시 다뉴브강의 상황은 잠수부들이 잠수 자체를 할 만한 조건이 아니었다"며 "잠수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항상 마지막 날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작전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다뉴브강 상황이 너무 안좋아 사고 초기 구조활동을 본격적으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유가족들이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신경을 계속 쓰는 중"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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