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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말레이 원주민 집단 사망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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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원주민들이 집단 사망했다. 사인은 미스터리다. 부총리가 나서 성명까지 발표한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질 오염을 의심하고 있다.
10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원주민 정착촌이 있는 클란탄주(州) 쿠알라 코 지역에서 지난달 2일부터 최근까지 14명이 숨졌다. 말레이시아 토착민들을 오랑 아슬리(orang asli)라 부르는데, 그 자체가 원주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원주민들의 전통에 따라 시신은 이미 깊은 숲에 묻힌 뒤였다. 최근 숨진 세 명에 대해서만 부검이 이뤄져 사인이 폐렴임을 확인했다. 호흡 곤란 등 사망자들과 비슷한 폐렴 증상을 앓고 있는 원주민만 83명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10여년 전부터 같은 증상에 시달렸다고 증언했고, 10여명은 병원에 입원 중이다.
원주민들은 이웃들의 잇단 사망이 마을 주변 광산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다. 6세, 5세 두 딸이 호흡 곤란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아디다스(32)는 “나 역시 10년 전 이 마을로 이사 온 뒤 비슷한 증상에 시달렸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2014년 아내가 숨졌다는 한 남성은 “광산 때문인 것 같다”라며 “이웃들의 상태가 호전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벌목 작업 때문이다” “물이 오염됐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원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광산 개발에 따른 수질 오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완 아지자 완 이스마일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9일 성명을 통해 “주변의 채굴과 벌목 활동을 조사해 환경과 관련된 적절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질 오염으로 인한 사망이 확인될 경우 범인에 대해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 당국은 원인 규명 작업과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다. 우선 마을의 우물에서 표본을 채취해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 위생 관리를 위한 건강 교육 등 예방 활동을 실시하고 있고, 마을 출입 통제 조치도 고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숨진 이들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주민들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말레이반도 북단에 위치해 태국과 맞닿은 클란탄주는 러시아 여성과 결혼해 최근 득남한 무하맛 5세(본보 6일자 23면 참조)가 통치하는 곳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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