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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업! K리그]아이돌군단 부산ㆍ불패 광주ㆍ감동의 안양… “재미 2배라 K리그2”

입력
2019.06.06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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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부 못지 않은 2부리그 매력 

 ※ 올해로 37번째 시즌을 맞는 K리그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프로축구 리그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스타들의 해외 이적과 기업 및 지자체의 지원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암흑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목요일 연중기획 ‘붐 업! K리그’에서 K리그 부활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합니다.

부산 김문환이 지난 3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수원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카메라를 향해 기쁨을 표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산 김문환이 지난 3월 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수원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카메라를 향해 기쁨을 표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2(2부 리그) 부산 아이파크는 지난해부터 축구팬들 사이에서 ‘아이돌파크’로 불린다. 김문환(23) 이정협(28) 박종우(30) 김치우(36) 등 실력과 외모를 갖춘 전ㆍ현직 국가대표가 많은데다, 경기력은 물론 팬 서비스도 다양해 웬만한 K리그1(1부 리그)팀 부럽지 않은 ‘직관(직접관람)’ 문화까지 형성됐다. 구단은 홈경기 때마다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 진행자 선창에 따라 팀 응원가와 함께 ‘부산 갈매기’ 등의 ‘떼창’을 유도하며 흥을 돋우고, 관중들은 경기 중 서포터 ‘P.O.P’의 응원을 따라 하며 호응한다.

1부와 2부로 나눠진 K리그에서 그간 ‘재미없고 수준 떨어진다’는 인식이 깔려있던 2부 리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간 1부와 2부리그를 오갔던 팀이 생기고, 저마다 연고지 특색에 맞는 맞춤형 마케팅전략을 내놓으면서 몇몇 2부 구단은 ‘1부 못지 않다’는 평가가 속속 나온다. K리그2 선두권을 달리는 부산과 광주는 물론 팬 또는 연고지 시민들과 접점을 늘리는 안양, 안산이 대표적이다.

김문환, 이정협 등 스타들이 소속된 부산은 지난해 러시아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늘어난 관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팀으로 꼽힌다. 여기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구단의 절박한 노력이 녹아있다. 수원FC와의 경기가 열린 1일 구덕운동장에서 만난 대학생 김성학(22ㆍ부산 동래구)씨는 “올 때마다 경기는 물론 재미있는 볼거리가 많다. 여느 1부 리그 팀 부럽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직후 처음 K리그 경기장을 찾았다는 그는 “팀은 올해 단 2패만 기록(8승 4무)하는 등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이고, 구단은 적극적인 팬 서비스를 펼쳐 고정관중이 됐다”고 했다.

'아이돌파크'로 불리는 부산아이파크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K리그2 경기에서 드겆ㅁ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이돌파크'로 불리는 부산아이파크 선수들이 지난달 27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전남과의 K리그2 경기에서 드겆ㅁ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실제 지난해 K리그2 구단 최초로 연간 팬 프렌들리 클럽으로 선정된 부산은 올해도 매 홈경기마다 통 큰 팬 서비스를 펼친다. 3월 홈 개막전부터 어묵바 3,000개를 쏜 부산은 4월엔 ‘핑크데이’를 마련해 한정판 분홍색 유니폼과 머플러를 내놓았다. 지난달 1일 근로자의 날엔 직장인들에게 맥주를 제공했고, 27일엔 이정협이 직접 홈 팬들에게 커피 500잔을 쐈다. 1일 홈경기 땐 국가대표팀 서포터 붉은악마로부터 협찬 받은 응원용 티셔츠 5,000장을 팬들에게 제공했다. “경기장에 오기만 하면 자꾸 뭘 준다”는 홈 팬들의 칭찬이 과장이 아니다.

부산은 올해 치른 8차례 홈경기에서 K리그2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총 3만1,256명의 관중을 유치했는데, 경기당 평균 관중(3,907명)은 경남(3,705명), 제주(3,511명), 상주(2,997명) 강원(2,469명) 등 일부 K리그1 팀보다도 많다. 더 희망적인 건 7일 A매치 호주전을 시작으로 오는 12월엔 동아시아 강호들이 맞붙는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이 열려 축구열기를 키울 호재도 생겼다는 점이다. 정정복 부산시 축구협회장은 “부산아시아드 보조경기장 자리에 축구전용구장을 세울 구상을 가지고 있다”면서 “K리그 팬들의 관람환경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시와 협의해 꼭 축구전용구장 건립을 확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광주의 펠리페가 지난 3월 1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아산과 경기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광주의 펠리페가 지난 3월 1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2 아산과 경기에서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2 선두 광주를 비롯해 안양, 안산 등도 저마다의 승부수로 차츰차츰 팬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광주는 이번 시즌 치른 14경기에서 8승 6무로 단 한 차례도 지지 않는 경기력으로 승부한다. 1, 2부리그를 통틀어 유일한 무패 팀인 광주는 경기당 평균 0.5골(14경기 7실점)만 내주는 막강 수비력에다 득점선두(10골) 펠리페(27ㆍ브라질)의 공격력까지 갖췄다. 창단 10주년을 맞는 내년엔 광주월드컵보조구장을 리모델링 해 7,000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으로 홈 구장을 옮길 계획이다.

FC안양 조규성(9번)이 지난달 25일 K리그2 서울이랜드와 경기를 마친 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안양중 박찬빈군과 함께 경기장을 나서며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 FC안양 제공
FC안양 조규성(9번)이 지난달 25일 K리그2 서울이랜드와 경기를 마친 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안양중 박찬빈군과 함께 경기장을 나서며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 FC안양 제공

열성 팬 많기로 소문난 안양은 최근 백혈병 진단을 받은 한 축구소년을 위해 구단과 선수, 팬들이 합심해 감동 실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구단 이벤트 중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 참여를 통해 숙박과 경기관람, 경기 전 행사참여 등 혜택을 주는 게 있다. 여기에 안양 15세 이하(U-15) 유스팀(안양중) 축구부에 소속됐던 박찬빈(14)군 어머니가 응모 글을 올리자 이를 본 팬들이 자발적으로 당첨을 포기해 ‘몰아주기’를 성사시킨 것이다. 박군 어머니가 올린 글엔 올해 초 백혈병 진단을 받은 박군이 축구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조규성)와 만남을 고대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실제 박군은 지난달 25일 안양과 서울이랜드의 경기에 앞서 꿈에 그리던 조규성과 만남을 가진 뒤 매치볼을 전달했고, 경기를 마친 뒤엔 조규성의 손을 잡고 퇴장하며 관중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FC안양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K리그2 서울이랜드와 경기 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안양중 박찬빈군을 라커룸으로 초대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FC안양 제공
FC안양 선수들이 지난달 25일 K리그2 서울이랜드와 경기 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안양중 박찬빈군을 라커룸으로 초대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FC안양 제공

안산은 수년 전부터 지역밀착활동으로 모범이 돼 왔다. 당장의 관중 모집보단 축구장을 시민 전체가 하나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단 방향성이 돋보인다. 선수들도 직접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지역 내 구석구석을 살피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구단 관계자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기장 투어를 진행하는 ‘풋볼탐험대’, 직접 학교에 찾아가 1일 체육교실부터 사인회를 여는 ‘그린스쿨’, 장애인 센터와 양로원 등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그리너스 봉사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산ㆍ안양ㆍ아산=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안산=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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