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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의도에선] 이재명 큰길로 나서나… 정치 보폭 넓히며 몸풀기

입력
2019.05.3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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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술실 CCTV 첫 설치 등 과감한 노동ㆍ복지 정책으로 여당과 차별화 

30일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이재명(가운데) 경기도지사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관련 긴급 재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연합뉴스
30일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이재명(가운데) 경기도지사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관련 긴급 재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연합뉴스

친형 강제입원 등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 무죄판결을 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정치 보폭을 과감히 넓히고 있다. 국회 토론회 등 정치행사에 적극 얼굴을 비치는가 하면, 파격적인 노동ㆍ복지 정책으로 청와대ㆍ여당과 차별화하며 이슈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차기 대선을 겨냥해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대법원 최종심이 끝난 것도 아닌데 아직은 도정에만 전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눈총도 적지 않다.

이 지사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관련 토론회에 참석했다. 지난 16일 1심 무죄판결을 받은 후 이 지사가 국회를 찾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지사는 앞서 18일 광주 5ㆍ18기념식,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28일에는 수원역에서 열린 ‘청년 기본소득 락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

이 지사는 또 1심 무죄선거를 받은 후 재판과정에서 탄원서에 서명한 의원 100명에게 일일이 감사 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으로 정치활동이 위축됐던 이 지사가 차기 대선 행보를 고려해 당내 우군(友軍) 확보에 나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이 지사는 16일 무죄판결 직후 “지금까지 먼 길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서로 손 잡고 ‘큰길’로 함께 가시길 기원한다”고 말해 ‘대권 의지’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급진적인 복지ㆍ사회 정책을 두고 당 주변에선 ‘공격적인’ 이재명식 정책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경기의료원 산하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한 데 이어, 이달 경기도 산하 6개 전체병원으로 확대 운영키로 한 게 대표적이다. 무자격자 대리 수술, 의료과실 은폐 등으로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수술실 CCTV설치 요구가 거세지자,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지시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청년수당 확대, 무상교복 실시, 공공산후조리원 설치도 ‘이재명표’ 복지정책으로 꼽힌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노동계와 각을 세우는 반면, 이 지사가 노동계와 소통하고 나선 것은 차별점이다. 그는 지난 22일 민주노총 경기본부장을 만나 생활임금 확대, 기관별 근로조건 차별 해소 등을 골자로 한 ‘노정(勞政) 교섭 협력 선언’을 했다. 민주노총은 16개 광역시도에 지역본부를 두고 해당 지자체에 교섭을 요구해왔지만, 실제 협상을 벌여 결과물을 만든 건 경기도가 최초다. 이어 28일에는 전국 광역단체 중 처음으로 경기도에 노동이슈만 다루는 노동국(局)을 설치키로 했다.

당내에선 이 지사가 1심 무죄판결을 받으며 대선 주자로 위상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 한 의원은 “기득권 질서에 도전하는 과감함과 추진력이 있다”며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이 지사를 중심으로 뭉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당내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이후 경기지사 후보 경선 때는 친문 핵심인 전해철 의원과 부딪쳤다. 친문으로 꼽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검찰이 항소한 만큼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며 “친문 세력과의 앙금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공세적으로 활동할수록 당내 긴장감이 커질 수도 있다”고 평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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