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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인도네시아 지난 대선 야권 후보의 수상한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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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야권 후보의 갑작스런 출국이 도마에 올랐다. 대선 불복 폭동 책임론이 비등하자 도피했다는 추측과 스위스 은행에 맡겨둔 천문학적 비자금을 처리하러 갔다는 설이 나돌고 있다. 정부와의 밀약설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대선에서 야권 후보로 나섰던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총재는 지난 28일 오전 자카르타 할림(Halim)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떠났다. 이민국 확인 결과 인도네시아인 2명, 러시아인 2명, 미국인 1명, 독일인 1명이 동승했다. 이 중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국회 소속 의원으로 인도네시아 대선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드라당 측은 “프라보워 총재가 건강 검진과 파트너 미팅 등을 하려고 두바이에 갔다”라며 “오래 전 계획했으나 4월 17일 대선 때문에 연기된 사업상 일 처리를 위해 오스트리아에 사흘 정도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라보워 총재가 얼마나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머물지에 대해선 정보를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은 프라보워 총재의 출국을 21~22일 자카르타 도심에서 벌어진 대선 불복 폭력 시위와 연결 짓고 있다. 실제 22일 시위 현장에서 발견된 그린드라당 로고가 붙은 구급차엔 의약품은 없고 투석용으로 보이는 돌멩이만 가득 실려 있었다. “부상당한 시위자를 돕기 위해 보냈다”는 그린드라당의 해명은 먹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돈봉투를 압수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인도네시아 공안 당국은 시위대 일부가 정부 요인을 암살하려는 조직적인 시도를 했다며 이번 폭력 시위를 국가 전복 사태로 규정하려는 모양새다. 총기 등 불법 무기 소지자 여러 명이 체포된 상태다. 시위로 최소 8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프라보워 총재가 대선 직후부터 대선 결과 불복을 공개 선언하고, 최근 헌법재판소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만큼 시위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프라보워 총재가 궁지에 몰린 셈이다.
한 현지 정치인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프라보워가 두바이에서 루훗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과 대화를 시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루훗 장관은 프라보워 총재와 군대 선후배,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그간 조코위 대통령과 프라보워 총재의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 프라보워 총재가 잠시 해외로 몸을 피한 뒤 차기 내각 구성 및 국회 원 구성에서 자신의 몫을 챙기고, 시위 책임을 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적을 제거하는 대신 대화와 타협을 뜻하는 ‘무샤와라 무파캇(musyawarah mufakat)’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인도네시아 정치의 오랜 관행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32년간 군사 독재로 인도네시아를 통치한 수하르토 일가의 스위스 은행 비자금과의 관련설도 제기하고 있다. 프라보워 총재는 수하르토의 사위였다. 수하르토 일가가 스위스 은행 등 해외에 숨겨둔 비자금 규모는 17조~4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그린드라당 창당 당시 이 비자금이 창당 자금으로 쓰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조코위 정부가 비자금 문제로 프라보워를 옥죄자 이를 급하게 해결하려고 출국했다는 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프라보워 총재는 11%포인트 차로 졌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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