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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중국 네티즌 “기생충 보고 싶다”… 한한령 뚫을까

입력
2019.05.27 16:39
수정
2019.05.27 17:5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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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중국어 버전 '기생상류'의 예고편 동영상. 웨이보캡처
중국 SNS에서 확산되고 있는 영화 '기생충'의 중국어 버전 '기생상류'의 예고편 동영상. 웨이보캡처

중국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기생충’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조만간 해적판 동영상을 틀어들 태세다. 관건은 정식으로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쾌거를 거둘 수 있는지에 달렸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에 막혀 한국 영화는 줄곧 중국 개봉관에 걸리지 못한 탓이다.

중국 매체는 27일 ‘기생충’과 봉 감독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 한국 때리기에 앞장섰던 관영 환구시보조차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영화”라며 높이 평가했고, 영화 전문 매체들은 일제히 “심사위원 9명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며 칸 영화제 경쟁부문 영화들의 평점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심사위원에는 중국인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은 그 해 여름 곧바로 중국 영화관에서 상영돼 9,800만명이 관람했다. ‘기생충’에 대한 중국 내 열기를 감안하면 이번에도 상영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중국은 1993년 ‘패왕별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터라 역대 칸 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편이다. 중국 SNS 웨이보에는 ‘기생상류(寄生上流)’라는 제목으로 1분17초 분량의 ‘기생충’ 예고편이 벌써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하루 빨리 영화를 보고 싶다”며 아우성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여행객의 한국 단체관광과 한국 문화 컨텐츠의 중국 진출은 모두 금지돼 있다. 지난 4월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국가 부도의 날’을 비롯한 한국 영화 5편이 초청돼 잇단 매진행렬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지만 어디까지나 영화제 출품에만 불과했다. 지난 15일 ‘아시아 문화 카니발’에 가수 비가 등장하며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지난해 ‘어느 가족’을 상영할 당시 중일 관계가 오랜 경색 국면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해빙무드로 접어든 것과 달리, 한중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 분위기도 대조적이다.

중국에서 ‘기생충’이 일약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자 이를 견제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올해 칸 영화제 수상작은 대부분 그 나라의 정치ㆍ사회적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 중국 대중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며 영화 ‘기생충’의 의미를 깎아 내렸다. 반면 중화민족의 우수성과 연결시켜 ‘패왕별희’의 가치는 재조명하려 애썼다. 1993년 당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아시아와 세계 영화계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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