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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대차, 인니 현지에 특화된 소형 SUV 선보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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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인근에 공장 부지 검토… 아세안 진출 시동
시장 98% 점유한 일본 업체 벽 넘어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40㎞ 가량 떨어진 델타마스(Deltamas)시. 이 나라 1번 고속도로를 빠져 나와 차로 5분 정도 가면 델타마스공단 정문이 나온다. 동남쪽으로 이어진 도로 양편엔 일본 자동차업체 스즈키와 중국 자동차회사 울링 공장이 있다. 조금 더 들어가면 아직 개발되지 않은 70㏊ 부지가 펼쳐져 있다. 현대자동차가 아세안 시장의 첫 완성차 생산기지로 점 찍어둔 곳이다. 한국 자동차 업체엔 불모지나 다름없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이기도 하다.
잡목과 잡초가 듬성듬성 우거진 땅엔 7일 양들이 노닐고 있었다. 차로도 한참을 둘러봐야 했다. 기자는 ‘D존(Zone)이 현대 부지’라는 얘기만 듣고 수소문 끝에 반경 30㎞를 반나절 헤맸으나, 공단 내 여러 공장들의 경비원들은 한결같이 해당 부지가 “현다이(Hyundai)” “조네 데(Zone D)”라고 지목했다. 동북쪽으로는 일본 미쓰비시 공장 너른 마당에 출고를 앞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20분 거리엔 대규모 일본 도요타 공장, 현재 건설 중인 인도 타타자동차 공장이 포진해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산업의 메카라 불릴 만하다.
9일 인도네시아 한인 사회와 재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임박했고 구체적인 사업 전략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올 초부터 한인 사회엔 “현대차 관계자 수십 명이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1번 고속도로 주변의 치카랑 치캄팩 수방 등지 땅을 보러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현대차가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70㏊의 델타마스공단 부지는 인도네시아 4위 기업인 중국계 시나르마스(Sinarmas) 그룹과 일본 무역회사 소지쯔가 소유한 땅이다. 현재 일부 원주민과의 명의 이전 작업 등 관련 행정 절차와 서류 작업이 94%가량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나아가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특화된 신(新)차종을 선보일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종 7대를 한국으로 공수한 뒤 분해해 특징을 살폈다는 후문이다. 일종의 현지화 전략이다. 자가용을 이용한 가족 단위 나들이가 많으면서도 비포장도로가 많고, 홍수 등으로 인한 침수 피해 가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승용차보다 SUV처럼 차체가 높은 차를 선호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대차가 소형 SUV를 생산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식 생산은 2021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 건설에 1년, 시험 생산에 6개월 정도 소요된다. 내연기관차 5만대 생산을 초반 목표로 두고, 시장 상황을 봐 가며 장기적으로는 연 20만~3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생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이미 현대차가 일부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조립 생산이 아니라 완성차를 만드는 아세안 지역의 첫 현지 공장이라 현대차가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라며 “현지 진출 업체와 우선 계약하고, 생산에 필요한 부분의 절반 정도는 국내 업체를 데려올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올 2월 19일 자카르타를 방문한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중단된 지 5년 만에 한ㆍ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공식 재개하면서, 현대차 진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바 있다. 당시에도 SUV 생산이 거론됐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현대차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CEPA는 연내 합의가 목표다.
자동차산업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산업 중 하나다.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 및 수출국 비전을 선포하고, 전기차 보급 정책도 속속 시동을 걸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시장은 아세안 10개국의 3분의1을 점유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침체됐던 자동차 판매는 2018년 115만대로 예상(105만대)을 넘어섰다. 전년과 비교하면 약 6.8% 증가했다. 올해는 120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원유 가격 상승 및 무역 적자는 부정적 요인이다.
현대차의 야심 찬 행보에도 불구, 이미 시장을 장악한 일본업체의 높은 벽은 문제다. 인도네시아는 일본 자동차가 98%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일본 자동차의 아성(牙城)’이다. 국민차라 불리는 키장(Kijang) 이노바, 아반자(이상 도요타)와 새로 출시된 익스팬더(미쓰비시) 등이 일본 브랜드의 주력 모델이다. 대부분 미니밴이라 불리는 다목적차량(MPV)과 SUV 계열이다.
최근 중국 자동차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새로운 모델과 가격 경쟁력으로 인도네시아에 상륙한 울링은 지난해 1만7,000대를 팔아 판매실적 9위에 올랐다. 1~10위가 모두 일본 업체인 상황에서 기염을 토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 업체들은 술라웨시 섬 북쪽에 대규모 전기차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현대차 입장에선 일본과 중국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숙제다. 신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과거 사례가 재연된다면 미국과 중국 양대 시장에서 판매 부진을 겪는 현대차에게 인도네시아는 전체 아세안 시장 도약을 위한 기회의 땅, 도전의 땅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세안 주요 6개국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전년 대비 5% 성장했다. 싱가포르를 뺀 5개국은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8할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자카르타의 한 주재원은 “애국심을 발휘해 현지 딜러를 통해 한국 차를 샀는데 일본 차보다 비싼데다 서비스센터는 한 곳밖에 없어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한 한인은 “전기차 단지 때문인지 술라웨시 북쪽은 중국인이 몰려들어서 거의 중국 땅이 됐다”라며 “동남아 시장의 장래를 위해서도, 양국 교류협력 강화 차원에서도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 및 전기차 생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동남아 판매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라면서도 “인도네시아 진출과 관련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델타마스=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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