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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대폭 줄어드는 검찰 ‘허탈감’

입력
2019.04.30 16:10
수정
2019.04.30 18:41
4면

 검사 신문조서 증거 능력도 제한… 일선 “지휘부 입장 표명이라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비상대기 중인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비상대기 중인 국회 예결위회의장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ㆍ경 수사권조정에 관한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데 대해 검찰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이 정치권 흥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지휘부 차원에서 입장 표명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법안은 공수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 2개와 검찰ㆍ경찰의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일부 개정법률안 등 총 4개. 이들 법안은 이르면 내년 초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가 가능해졌다.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작년 6월 정부가 발표한 합의안이 대부분 반영돼 있고, 여기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신문조서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이 추가됐다. 공수처 설치법안에는 공수처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대상으로 하되, 판사와 검사, 경무관급 이상의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검찰은 경찰에게 1차 수사 권한을 넘기고, 특수부가 주로 담당해온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 일부를 공수처에 넘기게 된다. 기존 권한이 대폭 축소되는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공식적인 반응은 물론이고 내부 통신망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대다수 검사들의 여론은 정치권 움직임에 답답함을 토로하는 분위기다.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폐지”라며 “경찰의 수사권한 남용에 대한 제한 수단이 사라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당초 정부 합의안에 없던 검사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이 갑자기 포함된 것도 황당하다”며 “사실상 전면적인 공판중심주의로 가게 되는 것인데, 법원이 이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논의 과정에서 검찰이 철저히 배제된, 이른바 ‘검찰 패싱’에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다. 한 검사장은 “검찰이 개혁대상이 된 점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쳐도 결국 제도를 운영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은 검찰인데, 의견조차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후임 검찰총장 인사와 검사장급 고위직 인사를 앞두고 있어 목소리를 내야 할 간부급들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며 검찰 지휘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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